<좋은 일과 무거운 일들이 경주하듯>
언젠가 들은 이야기,
사형언도를 받고 집행일을 기다리며 지내던 사형수들은, 어느 날 특별한 식사가 나오거나 특별 면회가 오거나 하면 많이 긴장한다고 했다. 심지어는 늘 가던 복도가 아닌 딴 길로 꺾으면 그 자리에 주전앉아 통곡을 하거나 전혀 일어설 수도 없을 만큼 다리가 풀려버리기도 한단다. 사형집행을 예고하는 느낌 때문이라고 하니 그 두려움과 슬픔이 얼마나 클까.
딸아이가 멀리 아프리카까지 가서 열심히 어른들을 따라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는 소식을 보면서 참 기쁘고 대견했다. 오랜 시간을 하고 싶은 일, 신나는 일보다는 그렇지 못한 생활을 보냈던 딸아이가 길이 기억에 남을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몇 날 중간에 아내를 데리고 일산까지 가서 피검사를 하고 돌아온 후 결과를 기다리는데,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국립암센터에서, 괜찮은 결과가 나올 때는 보통은 문자로 알려주신다. “그럼 혹시...” 전화를 해보니 역시 그랬다. 우려하고 불안하던 검사 결과가 나왔다. 다시 항암주사를 맞아야만 할 수치라고...
여기 저기 통증과 저림 현상이 오고, 자꾸 쉬이 지치고 빨리 회복이 안 되는 등, 예상은 했었다. 시간상 간격도 되었고, 그래서 며칠 뒤 다시 일산 국립암센터로 올라간다. 몇 백만원이 되는 주사비를 채 준비 못해 외상을 해야 할 상황... (병원은 외상사절이다. 그래서 카드회사에 할부로 외상을 한다.)
몸 아픈데 마음도 아프다. 아내는 이럴 때마다 자기 때문에 살림을 어렵게 한다고 죄인같이 미안해한다. 그러면 나는 아내를 죄인 만든 죄로 또 미안해진다. 내가 아내가 아프기 전 좀 더 넉넉하게 많이 벌어 놓거나, 집안이 부자였더라면 아내가 죄인 안 되어도 되는데 싶어서...
대한민국 희귀난치병 환자들과 가족들이 겪는 이중 삼중고다. 이러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 죽기 전날까지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주사 맞고, 다시 헤헤거리다가도 문득 하루씩 날짜가 가는 것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시간은 또 우리를 반복해서 다음에도 이 상황 앞에 끌고 갈 것이기에,
한 번 연락이 올 때마다 지치고 넘어 간다. 먼길을 연속으로 오가느라 몸 지치고, 비용, 통증, 우울함에 마음 지치고, ‘언제까지..., 왜 우리에게?’ 하면서 영혼도 지치다. 사실 한 번 넘기는 일이 뭐 죽을 만큼 힘들까, 그렇지는 않다. 그런데 사람이 참 약하고 어리석다. 이후로 평생 올 수 십 번의 무게가 한 번에 몰려오는 심리적 부담에 스스로 지치는 거다.
성경에는 그러지 말라고 수차례 말하는데도 잘 안 된다. ‘내일 일은 내일에 염려하라’ ‘누가 근심으로 키를 한 뼘이라도 키우겠느냐’ ‘들의 꽃을 봐라 공중 새를 봐라, 하나님이 다 키우신다’ 등등 그렇게 여러 번 말씀을 해도 지독히도 잘 안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속에 있는 참 낮은 신앙심을 확인한다. 또 예배시간에는 힘센 천하장사같이 굴다가 현실 속 상황에 마주치면 무너지는 연약함에 속상하기도 한다. 수 십 년 산다는 보장도 없는 앞날의 짐을 당겨가면서까지 불안하고 무거워한다니 참 터무니없다. 그러면서 ㅠ.ㅠ
하나님이 언제까지 기다려 주실까? 이 어리석고 말 안 듣는 자녀인 나를, 그래도 대문 앞에 서서, 돌아올 둘째 아들을 기다리던 그 아버지로 계속 계셔줄까? 얼른 듬직하고 단련된 아들이 되고 싶다. 고난의 기간을 잘 넘긴 욥처럼 믿어지게 해드리지는 못해도 구멍난 손과 허리를 만져보고서라도 순교를 한 도마처럼 되고 싶다. 아니, 끝까지 아버지를 믿고 돌아온 탕자만큼이라도 확실한 믿음을...
<점점 더 멀어져 간다. >
- 하나님은 고난 중에도 늘 함께 계실거야!
그러니 잘 참고 살아보자!
머리 신앙은 앞서 가는데
지친 감정은 자꾸 자꾸 뒤로 쳐진다.
- 내가 무너지면 온 가족들이 다 힘들어져!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마음 각오는 위로 위로 가자는데
몸 걱정은 바닥으로 바닥으로 추락한다.
이 살얼음 생활의 남은 날은 하루씩 줄어드는데
뒤에서 하루씩 쌓이는 건 질긴 낙심, 원망, 슬픔들...
가야할 곳과 내가 선 자리가 저절로 멀어진다.
죄 지을 의욕조차 남지 않아 가만있는 사이에도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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