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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35 - 오호라 나는 곤고한자로다>

희망으로 2014. 6. 23. 09:13

<잡담 135 - 오호라 나는 곤고한자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7:24)

 

무슨 고상한 영적 고백이면 얼마나 좋으랴

배부르게 든든히 먹고 너른 집에서 따뜻하게 자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잔뜩 심오한 표정으로 하는말이라면...

 

이른 아침 병원을 빠져나가 아이를 큰아이 자취방에서 태우고

학교앞에 내려주고 돌아오는길에 한숨과 함께 나온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육신이, 마음이, 형편이...

 

다시 2주를 지내게 될 학교기숙사 생활로 들어가는 딸아이에게

아침 밥도 못먹이고 보내는 우리 처지가 밉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아침을 안먹고 등교한다는거 안다.

그러나 아이엄마가 멀쩡하기만했다면 우리집은 분명

아침밥을 먹여 보냈을거다. 위로 큰 두 아들에게 그랬듯,

다만 선택이 아닌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 마음아프다.

 

돌아온 병실의 아내는 수면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다.

자꾸 실명한 눈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온다

'보이지도 않는 눈이 왜 아프냐'고 아내를 통곡하게 했다.

아내는 안구를 통째로 거내는 '적출' 수술을 할까봐 마음 졸인다.

 

이 가벼운 뇌진탕같은 작은 우울함에서부터

블랙홀처럼 용기와 희망까지 삼키는 큰 우울함까지

자꾸 곤고함들이 나를 때린다.

 

온갖 위로와 각오로 무너진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는

무지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리지만

다시 무너지는것은 순간이다.

 

누군가의 차디찬 표정하나로도 무너지고

몇 방울의 비와 겨우 바람 한줄기에도 무너진다.

정말 허무하도록 쉽게...

 

'누가 나를 이 사망의 몸에서 건지랴...'

성경은 내 자신이 마음은 하늘의 법을 사모하지만

몸은 죄의 법을 섬긴다고 했다.

 

 

 

맞다.

구멍 숭숭뚫린 몸은 하나님의 법보다

죄의 법이 빨리 느껴진다.

외로움과 괴로움과 불안들이 자꾸 사망의 유혹에 손뻗게한다.

 

그런데도 믿음의 배달부들은

당장 못견디고 무너지는데 먼훗날의 천국그림만 보여준다.

그때까지 강 버티라며...

 

모든 사람에게 주셨다는 구원, 천국 입장 티켓은 나도 받았다.

거기까지 가는것은 우리에게 달렸다는거 나도 안다.

어떤 이는 벤츠타고 도착하고 어떤 이는 걸어서 가고

어떤 이는 쉬지 않고 곧장가고, 어떤 이는 더디 가기도 한다.

 

아무래도 나는 꼬불꼬불 돌아가며 가는가보다.

가다말고 쉬었다가고, 뒤돌아오다 다시 가고...

그래도 다행인가?

어떤 이는 아예 티켓 구겨서 버리고 안가는 이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