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밥과 말과 뜸...

희망으로 2014. 6. 19. 08:00


밥과 말과 뜸...

밥만 뜸이 필요한것이 아니다.
말도 뜸이 필요하다.

수증기가 무거운 뚜껑에 눌려
밥솥에 남았을 때 더 맛있는 밥이 되듯

때로는 아직 남은 말들이
가슴속에 남겨져 뜸이 들 때 
더 진심이 되기도 한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내 소원을 단 한가지도 남기지않고 
끝까지 내놓는 것만이 좋은 믿음이 아니다

때로는 남겨진 소원을 담고
듣기 위해 기다리는 뜸도 들여야
같이 기뻐하는 소원이 되기도 한다

IP : 111.***.**.245
 (2014-06-18 08:40:29) 
  
질리도록 좋은 하나님이
질리도록 좋은 아내와
질리도록 좋은 자녀들을 주셨다.

그런데도 왜 내 속의 풍랑들은 쉬지않고 
작은 고통들에도 이리 흔들리는걸까?

질리도록 주시는 선물로도 모자라서
행여나 질릴까봐 챙겨주시는 
또 다른 은총!

수족관속 관상어들의 건강을 위해 투입되는
긴장용 상어 몇 마리처럼...
IP : 111.***.**.245
 (2014-06-18 10:02:43) 
  
하늘에 올라갈지라도 거기 먼저 계시고
지옥에 내려갈지라도 거기 바닥에 먼저 와서 계신다는
하나님!

행복할 때는 
하나님이 뭐가 필요하냐고 무시하고
고단할 때는 
얼른 안도와줘서 없나보다 투덜댔다.

어디계시냐, 뭘하시냐 묻는게 아니었다.
안보이고 못 듣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 이기 때문에...
IP : 111.***.**.245
 (2014-06-18 10:49:40)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그룹 퀸의 노래 중에 
'I was born to love you' 라는 가사가 있다.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하나님,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세상에 왔어요!'

그 고백이 너무 거창하다면
'아내여,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세상에 왔어요!'
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나는 사랑하는 방식에 너무 서툴렀다.
'이것 주세요! 저것 주세요!' 
아니면 '왜 내게 이래요? 왜 아무 말 안해요?'가 고작이었다.

간신히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고
사랑이 어떤것인지를 알만하니까
내겐 많은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시간도 건강도 열정도...
그런데 그런 나를 이전보다 더 사랑하는 하나님은
끝내 이렇게 말하신다.

"너를 사랑하려고 세상을 만들고'
너를 사랑하려고 내가 존재한다!"

많은 말을 다 못하게 하고
가슴 속에 남기게 하는 분이다.
IP : 111.***.**.245
 (2014-06-18 11:42:11) 
  
<귀도 입도 닫고 싶은 월드컵 축구>

벌써 5시간이 넘도록 TV에서 월드컵 방송을 돌리고 또 돌리고 있다.
나 혼자만의 방이 아니니까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이번 월드컵 축구 중계는 아예 눈 감고 귀 닫고 지내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때라면 나도 보고 또 보고, 응원으로 열 내고 있었을거다.

그런데 수백명의 떠나버린 가족 때문에 우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밥먹고 자는 것도 미안해하면서...

내가 무슨 거창한 뜻이 있는것 아니다.
그들을 떠올리면 한쪽이 자꾸 침몰되고 무게로 기울어졌거나 불편하다. 단지 그것 뿐이다.

그걸 보고 안보고가 무슨 옳고 그른거 아니다. 나도 안다.
다만 웃고 기뻐하고 먹고 마시는 동안 한쪽 구석에 웅크린 사람들은
저절로 외면되어지고 버려지기 때문이다.
악의가 없는데도 소외되어지는...

7년이나 병원 병실에 갇혀 지내는 동안 
산수유피는 봄이 올 때마다 미워 견딜 수 없었다.
유독 힘든 것은 명절과 휴가철과 단풍시절, 그런 때 였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데도 미움받고 있는 그 괴로움.

그래서 조금은 이해를 한다.
조금은 마음이 아프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말을 아끼고 웃음을 참고, 잠잠히 지내주는 정도라도...

다 못하는 말을 그저 가슴에 담고
이번 월드컵 기간이 지나가기를 묵묵히 지내련다.
빌라도앞에서, 십자가 길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할말을 다 하지 않고 침묵으로 견디신 예수가 생각난다.

...너무 많은 말을 했다.
IP : 11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