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8일 kbs 강연100도씨 녹화를 다녀왔다.
청주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서울 여의도를 다녀오는 건 내겐 고단하지만 행복한 나들이다.
7년째 병원을 떠돌며 거의 24시간을 병실과 치료실에서만 지냈다.
환자들만 보고 사는 생활이 뭐가 즐거울까.
때론 공연히 환자복 입은 환자들도 보기 싫고 미워진다.
내 아내도 환자복 입고 사는지 7년째이니 굳이 누구를 말하랴만.
그러니 푸른 하늘아래 사람들이 분주한 장소로 가는 느낌은 바닷물에 다시 돌아간 고기?
어느 분야 어느 일이라고 쉬운 일 없지만 방송제작을 하는 분들도 정말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처음 섭외 연락이 오고 한시간을 전화로 취재하고, 출연 결정을 한 다음 피디님 작가님 세분이나 먼 병원까지 내려오셔서 거의 3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했다.
내게는 지난 모든 사연들을 마치 쏟아놓듯 시원한 힐링의 시간이 되었지만,
그걸 내내 노트북에 치는 분께 미안했고, 질문을 적어오신 작가님은 또 꼼꼼이 들으시고 녹음하셨으니 또 그걸 돌려 들으셨을거다. 무려 3시간짜리 녹음파일을!
그리고도 녹화 내내 방청객 부분, 촬영부분, 출연자 강연조절, 휴~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 수고로 좋은 감동과 위로를 주는 프로그램이 출생한다는 걸 실감했다.
전에도 자주 보면서 어쩌면 그리 출연자들이 조리 있게 자기들의 삶과 꿈을 강연해내나 감탄했었는데 직접 그 과정을 다 해보면서 충분히 그 이유를 알았다.
여러 사람들의 합심과 열성을 다 모아서 만들어진 작품!
자그만치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그곳 녹화장에 머물렀다. 6시간,
거기에 올라가고 내려오는 왕복 5시간까지 더하니 무려 11시간의 외출이었다.
밤 12시30분에야 도착한 병실에 다시 누우니 비로소 한 달 간의 준비와 과정이 끝이 났다는 실감이 났다. 친절하게 식사와 아내를 위한 침대까지 조달해서 준비해주신 배려에 감사했다.
그렇게 긴 시간을 아내를 혼자 둘 수가 없고 식사와 대소변 용무까지 누구에게 맡길 수 없어서 부득이 동행을 해야만 했기에 참 걱정했던 부분이었는데...
같은 날 방송나가는 엄마와 300일 배낭여행을 떠났던 여행작가 태원준씨를 본 아내도 놀랐다.
그 책을 아내도 병실에서 오랜 시간 결려 다 보았는데 그곳에서 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작가분이 그 분의 사인을 받아와서 아내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런 친절은 업무에 포함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아들이 추천해서 방송에 나오게 된 체육박사 택배원을 하시는 황선생님도 감동이었다.
그런 자녀를 둔 가정이 행복해 보였다.
세상에는 행운과 꿈을 이룬 성공들도 있다. 시련을 극복하고 더 크게 회복하는 분들도 있고,
강연100도씨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케이스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아직도 병은 진행중이고, 산산이 흩어진 가족들의 생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아내와, 몇 달마다 돌아오는 항암주사비 마련에 달랑거리는 통장잔고에 한숨짓는 중이니까...
그래서 임성훈 진행자님이 소감을 물어볼 때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성공한 케이스는 아니지만...”이라고, 고맙게도 임성훈 진행자님은 야구처럼 9회말도 있고 역전도 있으니 용기를 내라고 위로를 해주셨다. 방송멘트 이상의 마음이 담긴 따뜻한 진심이라는 걸 느꼈다.
요즘 방송의 이런 저런 모습에 많은 분들이 실망도 하고 비난도 받는 상황이지만 좋은 사례를 찾아내어 고단한 삶에 용기를 주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세트장 뒤에서 빵과 물로 저녁을 떼우시는 스텝들도 보니 참 고맙고 감사했다.
나와 아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강연100도씨’ 팀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방송은 아마 6월 마지막 주인 6월29일이나 혹은 7월 첫 주에 나갈 예정이라고 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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