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안식일, 미안한 안식일>
야곱의 씨름장면을 설교하면서 축복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야곱과 성도를 나무란다.
야곱이 한쪽 다리는 세상에 기대고 한쪽은 하늘 사다리에 기대고 복을 달라고 떼쓰는 잔머리를 굴린다고, 그래서 하나님이 환도뼈를 쳐서 굴복시키고 온전히 무너지게 한 다음 야곱에게 큰 복을 주었다고, ‘너는 담장너머로 뻗은 나무’ 복음송 가사를 읽어주면서 원제목인 야곱의 축복을 받으라고...
- 야곱의 축복
너는 담장 너머로 뻗은 나무 가지의 푸른 열매처럼 / 하나님의 귀한 축복이 삶에 가득히 넘쳐날거야 / 너는 어떤 시련이 와도 능히 이겨 낼 강한 팔이 있어 /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너와 언제나 함께 하시니
너는 하나님의 사람 아름다운 하나님의 사람 / 나는 널 위해 기도하며 네 길을 축복할거야
너는 하나님의 선물 사랑스런 하나님의 열매 / 주의 품에 꽃피운 나무가 되어줘
이 노래의 가사가 참 은혜롭다. 밝고 힘을 주고 복의 문턱에 서 있는 느낌도 준다. 하지만 이 바람이 꼭 모든 사람이 도착해야만 하는 종착지거나 필수적인 신앙의 척도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교인들도 야곱처럼 양다리 걸치고 살면서 복을 바란다고 나무라며 태도를 바꾸란다. 온전히 죽든지 살든지 믿고 맡겨야 복을 받는다고, 그러면서 또 덧붙인다. 지금 안 풀리고 지금 병들고, 지금 가난한 사람들은 반성하고 돌아보란다. 그게 누가 원해서 생긴 불행도 아니고, 믿음 좋은 사람들도 더러는 생기는 역할인 경우도 허다한데...
아, 불편한 안식일. 그 말만 안했더라면...
왜 신앙의 마지막 목표가 부요함이고 건강함이고 성공이야만 하는지, 왜 그렇게 안 되면 신앙이 문제가 있거나 믿음이 부족하다고 위축되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참 좋은 성경의 가르침과 사례들이 꼭 성공을 위한 수단을 찾아내는 교재가 되어야만 할까? 참 감동적인 설교들이 끝내는 꼭 믿음의 본질보다 성공을 가는 또 다른 자세만 요구하는 빤한 지적이 되어야 할까?
기도회도 성공을 위해, 개인과 가족과 세상의 성공을 욕하면서 영적인 내용을 강조하면서 결과는 또 다른 성공, 교회의 성공과 믿음조차 이기기 게임으로 몰아가는 것인지...
사순절의 의미를 무리하게 야곱의 축복과 연결을 지으려고 하면서 ‘여호와는 나의 산성, 나의 방패이시며 피할 반석’이라고 말하신다. 그 말의 뜻대로 산성, 방패, 피할 반석, 모두는 약함을 전제로 공격과 침탈로부터 보호하는 기능과 마음이 담긴 표현이다. 그 상대가 악마든지 유혹이든지 세상의 욕망이든지, 결코 더 나은 축복을 위한 약속은 아니며 반드시 결론을 성공으로 이끌어준다는 수단의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모르고 그리한다면 어리석음이며 알면서도 그리한다면 교묘함을 넘은 교활함이다. 설교 시간의 의욕만 가졌다가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서도 계속되는 질병과 가난과 갈등의 세상 속에서 성도는 자신을 어떻게 지탱해야할까? 의지나 감정을 유지 못하는 신앙의 낙오자로? 혹은 하나님도 포기하고 버리신 예정론의 죄인으로?
그런데 동시에 참 미안한 안식일이다.
그렇게 하나님은 약자나 실패자를 버리지 않는 분이시며, 힘이 없어서 하나님이 그렇게 되도록 냅두지 않았을 테니 결코 그것이 행실의 댓가로만 볼 일도 아니라고 씩씩거렸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내 모습의 깊숙한 곳과 뒤에서는 끝없이 성공적인 결과를 기다리는 양다리를 고백한다. 순간마다 성공하기를, 기도하면 댓가로 이루어질 거라며 손을 잡는 이중적인 영혼을 어찌할까나...
이 미안한 내 끈적거리는 습관적인 신앙의 찌꺼기와 중독성을,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한 안식일을 보내며 사순절 중에 정말 괴로운 기도 하나를 드린다. 제발 한가지로 살게 해주소서! 두가지 양면의 생활이 아니고, 머리는 영악하고 가슴은 허하고 양다리는 교활한 이 연약한 성도를 좀...
예배시간에 집중 못하고 불경스럽게 따로 뒤적거리다 종이에 옮겨 적은 전도서 한 구절, 부디 오늘 내게 평안을 주면 좋겠다. ‘모두 다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라는 장 제목이 붙은 전도서 9장. 분명 이 땅에서의 날들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면 이 땅위의 승패에 연연하는 것은 헛된 날일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을 내가 마음에 두고 이 모든 것을 살펴본즉 의인들이나 지혜자들이나 그들의 행위나 모두 다 하나님의 손 안에 있으니 사랑을 받을는지 미움을 받을는지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은 모두 그들의 미래의 일들임이니라 - 전도서 9장1절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네몫이니라 – 전도서 9장 9절
(불편한 안식일에 설교시간에 이거 필사하고 있었어요 ㅠ.ㅠ... 그래도 이런거했으니 하나님이 용서해주실라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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