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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된 마음을 열어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 '뷰티풀 라이프'

희망으로 2014. 3. 20. 00:40







<차단된 마음을 열어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뷰티풀 라이프’>

[장애가 있고, 병든 몸이라서, 혹은 자격미달이라고 스스로 사랑을 차단하는 사람, 약한 상대를 그래도 좋아하지만 대신 해줄 수도 없고 벽을 넘기 힘들어 고민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권하는 일본드라마 11부작, ‘뷰티풀 라이프’]

 

"이상한 사람!"

"뭐가?"

"휠체어 탄 내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 ‘뭐든 해줄께, 말해봐 뭘 도와줄까?’ 라고,

하지만 휠체어 옆에서 허리를 숙이고 이 눈높이에서 보는 세상은 다르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그랬다. 남자는 여자가 탄 휠체어를 밀다가 세우고 서서, 노을 지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남자가 갑자기 휠체어를 탄 여자 눈높이로 쪼그리고 앉았다.

여자가 보던 석양을 같이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100센치의 높이에서 보는 세상은 다르구나, 이런 줄은 몰랐네!”

 

여자는 참 뜻밖의 이야기와 반응에 두근거렸다. 자기의 세상에 들어오는 사람이라니,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시각에서 보는 세상으로 그녀를 끌어들이려고만 했다. 심지어 도움, 봉사라는 명목을 달고서도.

 

내 아내는 자주 빠른 속도로 내 걸음습관에 맞춘 휠체어 밀기에 당황하곤 했다. ! 돌리는 때는 어지러워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아무 신호도 미리 주지 않고 급 출발을 하거나 급 멈춤을 할 때도 괴로워했다. ‘제발 살살, 아님 미리 이야기를 좀 해줘...’라고 말했다. 나는 늘 내 속도와 내 힘의 기준으로 휠체어를 탄 사람을 움직였는데 이 장면이 나를 참 많이 미안하게 만들었다.

 

"미안해! 이런데 데려와서,“

 

남자는 배가 고프지 않냐고 은근히 같이 밥을 먹을 속셈으로 멋진 식당을 들어갔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계속 퇴짜를 맞았다. 계단이 있거나 복도가 좁거나 휠체어를 탄 채로 먹을 분위기 있는 식당을 계속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결국 도로변에 세우고 우동과 라면을 파는 트럭포장마차에 왔다. 도로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서 라면을 시키며 미안해하는 남자, 그 말을 들은 트럭 라면집 아저씨가 조크 한마디를 하신다.

"미안하네, 이렇게 밖에 못해놓아서!"

"들렸어요?"

"다 들리네!"

 

트럭 포장마차가게 주인아저씨가 다가와서 테이블에 라면을 놓아주며 웃으며 말했다.

 

드라마 제목은 '뷰티풀 라이프'지만 세상은 결코 '뷰티풀 월드' 는 아니었다.

 

- 얼마 전 아이들과 아내 휠체어를 끌고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해서 병원 주변 식당들을 찾았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을 치고 돌아 나와야 했다. 웬 놈의 고기집들은 모두 마루식 홀만 있는지... 30분 넘도록 고픈 배를 잡고 거리를 헤메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예전 일산에서는 병원 아래 식당에서 배려를 해놓았었다. 휠체어를 타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가 놓인 다리 있는 식탁을 서너개 따로 한쪽 창 쪽으로 배치를 해놓았다. 얼마나 감사한지 정작 깊이 느낀 건 그렇지 못한 지금의 도시로 오고 나서 였다.

 

 

그래도 뷰티풀 라이프!!!

업고라도 들어가겠다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거나, 끝까지 같이 배고픔을 참으며 함께 찾아보는 가족이 곁에 있는 한!

 

"나 말고 보통사람, 그러니까 건강한 사람 만나!"

 

휠체어를 타고 사는 여자는 그렇게 사랑하는 남자에게 헤어져 달라고 돌려서 말했다. 서로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같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질수록 자꾸만 장애의 벽은 높게만 느껴졌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가 활짝 성공을 꽃피우고 능력을 인정받기를 원하면 자꾸만 자신이 그 길을 막는 암초가 된다는 자책이 몰려 왔다. 그러다 멀쩡하고 건강한 다른 여자가 좋아하여 다가서는 모습을 보면 괴로움과 서러움은 배로 늘었다. 그래서 결국 말을 꺼냈다.

 

"나 들었어, 어머니에게 당신의 병에 대해서,

13, 그 다음엔 30, 잘 살면 43살까지 산다고..."

 

그 여자는 면역부전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17살부터는 걷지도 못하게 되어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다.

 

"어쩌면 당신 일을 할 수도 없을거야, 그래도 괜찮아?"

"그래서 깊이 생각해봤어, 그래도 당신을 포기할 수 없다고!"

 

그러면서 남자가 조목 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탈 때 당신을 업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 나도 휠체어를 타는 아내를 비행기에서 내릴 때도 업어서 내리고, 탈 때도 업어서 태운 적 있다. 많이 무거워 혼났지만, 해보니 그까짓꺼 뭐!

 

만약 많이 아프게 되면 일을 그만 둬야 할지 모른다고도,’

 

- , 닥치면 그럴 수밖에 없고, 누구나 그렇듯 나도 그래야 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 뭘 미리 그런 각오까지 하면서 사랑을 시작하나?

 

내 인생의 중심은 없어지고 당신을 보살펴야 할지도 모르고,’

 

- 그 상황을 수용하기가 참 싫고 무겁더라는 경험을 나도 했다.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한 남자의 인생은 키를 뺀 자동차와 같아지는 심정이 된다. 달리지 않는 자동차가 무슨 존재 이유가 있을까? 하는 몰려오는 의문과 함께...

 

자다가 깨고 원치 않아도 밤잠을 설치게 될지 모르지!’

 

- , 딱하지만, 그건 당연한 기본이다. 멀쩡한 상태로 결혼했다가 닥친 나도 하는데 알고도 결혼 하는 사람이야 그 정도는 미리 작정하는 게 당근이겠지? ,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나를 안 떠날거야?"

"! 안 죽어,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거니까!"

 

- .... 이건 아니다.

이제까지 한 이야기는 나도 다 해본 거고, 혹은 마음만 먹으면, 사랑만 지독하면 견디거나 해낼 수도 있어서 뭐 그런대로 동의를 했다.

하지만 그건 마음대로 안 된다. 죽지 않게 해줄 방법도, 내 바람대로도 안 되더라는 아픈 경험이 너무도 생생해서 차마 동감할 수 없다.

 

참 비슷한 상황, 비슷한 공감을 느끼며 본 드라마 '뷰티풀 라이프'!

세상에는 나 같은 삶이 나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에만 있는 것도, 영화에만 있는 것도 아니구나. 참 신기하다! 그러며 보았다.

 

한편 나는 이런 선택의 순간이나 과정도 가져보지 못한 채 애당초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닥친 일을 해내고 있구나! 하고 내 자신이 기특하기도 했다. 누구는 무지 이 악물고 약속으로 시작하는 일을!

 

그런데 말리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선택의 기회가 있는데도 그 길을 갈 필요가 있을까? 얼마나 힘든데...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그러다 미안해진다. 사랑이 어디 선택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수준 낮은 거래의 종류도 아니다. 나도 도망도 못가고, 잘해내지도 못하는 운명인 것을 당해보고도 모르는 사람처럼 말하다니...

 

그래 한 몇 년 만 사랑을 함께 나눌 여자와 살 수만 있다면 그 뒤에 무슨 일이 닥친들, 죽음인들 뭐 대수라고! 그 추억만 있어도 부자지! , 행복이 넘치는 행운아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선고 받은 난치병 여자, 낮에는 한없이 강한 척 강한 척 웃다가 밤이 오면 무서워 한다. 불이 꺼지면...

 

"나 당신을 사랑하면서 약해지네, 살고 싶어지고 남아 있고 싶어 ."

“.....”

"밤이 무서워..."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타인들 앞에서는 정말 흠도 없고 너그럽고 대인배 같은 사람도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변한다. 사랑은 유치하다고 했던가? 그건 사람을 유치하게 만든다는 말 일거다. 나만 더 소유하고 싶어지고, 내가 더 인정받고 싶어지고, 점수 깎이거나 흠잡히고 싶지 않다보니 참 치졸해지고 유치해진다. 때론 소심하고 여유 없는 사람이 된다. 욕심쟁이에 질투나 하고 열등감이 아무 때나 발동하는 약해 빠진 사람,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그런 약하고 연약함을 다 보이면서 새로운 용기와 진심을 다시 쌓아가는 새출발이다.

 

곁에 누워 손을 꼭 잡아주는 남자, 어깨를 감싸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여자가 조금씩 두려움이 녹아지며 평안해진다.

 

"이제 덜 무서워지네? 신기해! 그거 알아? 여자는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하나님의 품에 안겨 있데, 그러다 태어나면 엄마의 품에 안겨 자라고, 어른이 되면 남자의 품에 안겨 살다가 죽으면 다시 하나님의 품에 안긴데!"

"하나님 참 좋은 분이구나!"

"당신은 하나님을 닮았어! 아마 하나님이 당신처럼 생기셨을거야!"

 

살아서 죽음을 충분히 준비한 사람은 고통으로 죽지 않는 걸까? 다시 하나님 품으로 돌아간다는 걸 알려주면서 자기도 믿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니 남자도 너무 슬퍼하거나 울지 말라고?

여자는 숨을 거둔다. 평온하게... 남자는 방에 누운 여자에게 마지막 화장을 해준다. 뽀얗게 얼굴을 만들고 볼터치를 하고 립스틱을 바르고...

 

"이뻐졌네! 립글로스도 위에 발라야지? ...그런데 왜 이렇게 차가운거야!"

 

기어이 남자는 참았던 오열을 한다. 눈물이 온 얼굴을 덮어도 소리 한마디 내지 않으면서 꺽꺽... 그러면서 남자는 혼자 중얼거린다.

 

마음의 셔터를 깊이 눌러야지! 지금의 이쁜 모습을, 이렇게 찍힌 모습은 분명 가슴에 새겨질거야. 일생동안 지워지지 않는 사진으로,

만약 사람에게도 죽은 후 세계가 있다면 아마 남은 사람들의 마음속 일거야. 살아남아서 기억하는 사람들 속에서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여자의 가족들은 바삐 움직인다. 슬픔 가득안고, 그러나 그 슬픔이 눈물로 밖으로 나오지 않게 조심조심,

 

"할일이 많아서 다행이네 이럴 때는!"

"그러게요, 이 꽃들은 어디로 치울까요?"

 

여자의 엄마와 친구이자 올캐가 된 여자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렇게 장례준비를 하며 담담히 움직인다. 화장터를 다녀오고 뼈를 뿌리고,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 사이를 말려대던 여자의 오빠는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덕분에 동생인 여자는 짧은 시간이지만 너무너무 행복했었다고!

 

- 사랑하는 사이에 어느 한 사람이 변한다면 아무리 길게 같이 오래 산들 행복할리가 없다. 반대로 아무리 짧은 시간을 같이 지내도 두 사람이 모두 변하지 않고 서로를 사랑한다면 무엇이 모자라고 무엇이 두려우며 죽음이 지나간들 그들을 갈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도 한 명 없고, 사랑 받는 행복도 없이 생을 마치는 사람이란 얼마나 쓸쓸하고 춥고 무서울까?

 

"당신 덕분에 참 행복했어! "

 

여자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말이었다.

 

- 아내와 나, 우리 두 사람도 이별의 마지막 순간에 그런 말을 듣거나, 혹은 그런 말을 해주면서 떠날 수 있을까?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한없는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인생일 것이다.

 

이 드라마를 자신의 벽에 갇혀 남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과, 남의 짐을 대신지지 못하고, 같은 처지가 아니라 같이 아파하지 못하지만 다가가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권한다. 당연히 따라오는 고민도 은근히 당해보라는 조금 못된 내 삐뚤어진 투정도 슬쩍 숨겨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