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76 - 빚쟁이 대문 열고 들어오듯>
하늘 한쪽 끝에서부터 잔뜩 흐려오더니
컴컴한 공간을 배경으로 눈이 휘날린다.
"조용히 내려오는 함박눈은
멀리서 옷벗는 여인네 치맛자락 같은데
바람에 세차게 날리는 눈보라는
빚쟁이 대문차고 들어오는 것 같네"
바라보며 중얼거린 내 말에 아내가 피식 웃는다.
진짜라니까!
곱게 쌓이는 눈을 보노라면
나도 저 눈처럼 깨끗하게 살아야지 싶은데
옆으로 날아가는 눈보라는
김장 연탄 쌀 걱정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니까!
흐흐흐~
'이 겨울은 또 어떻게 넘기나...'
하기는 일년이 내내 걱정거리인 이놈의 병원생활도
눈보라 없는 겨울이지.
그런데 고민이다.
인생이 처참하고 추워도 소리없는 함박눈처럼
여인네 치맛자락 내리듯 고상해야하나?
악악거리고 가로로 날리는 눈처럼 살면 꼴 사나운가?
에라 미친척 웃지 뭐!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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