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가을비 내리는 이 하루면 족합니다

희망으로 2013. 9. 13. 12:15


<가을비 오는 하루면 족합니다>

오늘 이 하루면 족합니다.
아픈 몸뚱이 서러운 형편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내일도 내게는 벅찹니다.
공연한 부담과 욕심으로 짐될바에야
이 하루면 족합니다.

비내리는 하늘을 가리고
허기진 속을 채울 한끼 주어진 오늘이면
이제는 족합니다.

이미 없어진 것들 아쉬워말고
또 없어질 것들 미련버리고
작아지고 작아져도 족합니다.

이전에는 높기를 바라고
많기를 바라고 빛나기를 바랐지만
낮아지고 낮아져도 족합니다

작아질수록 당신은 커보이고
낮아질수록 남들이 자랑스러워보이는데야
한 점으로 사라진대도 족합니다.

마침내 티끌되고 먼지되어
바람타고 하늘로 떠다니며
착한 사람으로 살라는 말 전하면 족합니다.

가을비는 자꾸 내 굽은 등을 다독거려
기어이 통증도 외로움도 없애버린
이 하루의 아침 은혜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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