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치매속으로 들어가며>
병실에 80이 넘으신 할머니 환자 분,
간병하시는 여사님을 '엄마'라고 부르신다.
자기는 딸이라면서,
두 어살 더 어린 옆 침대의 할머니가 물었다.
"내가 얼마쯤으로 보여요?"
"할머니!"
자신은 어린 처자란다.
딸같은 아주머니를 친구라고 즐거워하고
손녀같은 아가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속에는 실재 자기의 나이보다
어리고 젊고, 늙지 않는 또 다른 내가 있다.
도무지 낡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순수함
치매는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인지를 차단해준다
주위속에서 강요하는 생로병사의 압박을 벗어나
자기속의 변치않는 나이를 주장하게 한다.
멀쩡한 이들은 혀를 차지만
자신은 아픈 동안 누리는 행복
나도 속으로 자청해서 치매에 걸린다.
- 어린 날 놀던 동무들과
- 청년의 때에 꿈꾸던 푸른 이상과
- 재물과 지위와 성공에 연연하지 않으며
- 늙고 병들고 죽음의 두려움은 안중에도 없던
'나는 아직 변함없는 처음의 생명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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