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밤중의 임재>
새벽 2시 40분.
자꾸만 잠 중에 잡다하고 좋지 않은 꿈에 시달리던 중이었다.
‘혹시 멀리 가 있는 딸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거나 아프기라도 하는 걸까?’
온갖 불길하고 나쁜 상상들이 몰려 와서 더 심사를 불편케 했다.
아내가 불렀다.
한밤중에 꼭 한 번은 깨우는 용무, 생리처리를 위해서,
졸리고 찜찜한 맘으로 처리를 하다가 문득 이런 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렸다.
‘무슨 말이야, 아이의 생명이나 안전은 하나님이 지키시지 내가 지키나?
내 몸만 조금 아파도 통째로 흔들리는 심사를 무어라고...
이 바다의 조각배 같은 초라한 내 기분, 내 능력에 딸아이의 평안이 좌우되었다간
일생동안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을 건데!‘
그렇다.
이건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고 하나님을 믿지 못하는 일이었다.
지푸라기 한줌 같은 내 무기력한 사랑을 아빠라는 자격 때문에 앞세우는 못남이었다.
그 말이 들리고, 인정하자 다시 평안이 몰려왔다.
‘그럼, 내 느낌이나 감정이야 죽도 되고 밥도 되고, 가위 눌려 별 상상이 일어나든,
사랑하는 자녀의 생명이야 하나님이 챙기시지! 아무렴~ ‘
다시 잠을 자기로 한다. 그사이 새벽 3시가 되었다.
한 밤중에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 부재가 아니신 아버지의 임재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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