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기도를 고친다>
1.
쉽게 잠이 오지않아
아내의 친구가 준 포도주 한잔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요란한 잠속의 꿈들
불면의 무거움보다 더 번잡한 잡꿈들이라니...
좋은 꿈바람이라야 하는데
온통 바람나는 꿈만 끊겨진 필름들처럼 연달았다.
낮동안 몰려드는 유혹들을 생짜로 버텼더니
나쁜 놈들이 영악하게도 밤 속의 꿈을 노리나보다
저항도 마음대로 못하는 가위를 타고 온다.
아내가 깨웠다.
새벽 한 시 반에 소변을 빼달라고,
다른 때는 짜증이 먼저 나곤 했는데
오늘은 반가웠다.
...그런데 이제 다시 잠은 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찌하나 이 고민을,
2.
모든 근심도
많은 미움도
따라오지 않는 단잠이란 얼마나 큰 축복이던가
어쩌면 이후의 천국을 시식하는
날마다 오는 은총이 아닐까?
아무 괴로움도
몸의 고통마져도 떼어놓고 빠지는 잠이라니
하늘이 내리는 또 다른 만나!
이렇게 빼앗긴 밤이면
다시금 확인하는 평범한 날의 밤, 잠,
달콤한 평안...
3.
내가 철없던 젊은 날에는
이런 주문을 했었다.
더 높은 이상을 주십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게
더 큰 일들을 해내고 싶다고...
잘못했다.
그저 날마다 한 번씩 오는 밤마다
단잠 잘 수만 있으면 되는건데
그 귀하고 평안한
이 땅의 천국을 날마다 맛보는건줄 모르고...
4.
오늘 나의 기도를 고친다.
아내가 침대를 툭툭털고 일어나 걸어가는
신유의 기적도 주께 돌려드리고
내일 필요한 비용과 건강으로
날마다 조바심내며 조르는 생계도 알아서 하시고
넓은 세상 많은 사람들 평화를
나 혼자 해결해야할 의무처럼 닥달하던 기도도 기다리며
다만 오늘 나의 기도는 이렇게 고친다.
주시는 평안이나 제대로 받아 누리는
보통 평범한 사람이나 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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