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쯤 되면

'내 나이쯤 되면'

내 나이쯤 되면,
무게 좀 나가는 짐에 다리가 후들거려도,
똑같은 짐 들고 성큼 걸어가는 더 젊은 사람 있어도
'그렇수도 있지!'하며 우울해지지 않아야 한다.

내 나이쯤 되면
누군가가 여행갔다 오면서
몇 몇 사람에게 선물주면서 혹 내것 안사와도
'잘못살았다,'며 자신을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

내 나이쯤 되면
잘 안되는 부분이 지적 당하고,
더 잘하는 사람이 인기 집중 되더라도
부글부글 끓지말고 박수한번 쳐주고 씨익 웃기도 해야 한다

내 나이쯤 되면
문득 다가온 가을 찬바람이 쓰윽 지나가고,
잠들었다가 깨어 어둔 밤에 뒤척거려도
굳이 울지 말고 밤하늘 보아주는 여유도 있어야 한다

내 나이쯤 되면
어느날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 눈물지으면서도
아무도 피할 수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내 나이쯤 되면
일이 꼬여 오해받고
업친데 덥치며 험담이 나오더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기다릴줄도 알아야 한다

내 나이쯤 되면
죽을 죄를 지은 사람도 뉘우치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딱하게 여기며
다음에는 안그러고 나쁜 사람 안되기를 빌어도 주어야 한다

내 나이쯤 되면 
옆집이 논사고 옆집이 더 좋은 집사고 새 차를 사도
그때마다 배아프지 않고 
그래봐야 내일의 흙 한줌인 인생인 걸 기억해야 한다.

내 나이쯤 되면
진짜 호적 나이가 10대인지 20대, 30대인지
아님 50, 60대인지 따지지말고
사람이 자유롭고 평안하는 길을 찾으며 사는 것도 필요하다.

내 나이는 
내가 머무르는 수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