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뿌리는 날, 프로야구 개막전을 보며>
비가 뿌린다.
세찬 광풍과 함께...
바람이 이리저리 방향없이 불어치니 광풍이다.
티비에서는 프로야구 개막전이라고 요란하다
28년 전 이던가?
그날도 개막전은 요란했고,
다방에 모여앉은 나와 몇명의 백수들은 막 문 닫은 회사를 나와
담배연기 자욱한 그 다방에서 떠들며 중게방송을 보고 있었다.
나는 속을 다 태우며 침울했다.
통장같은건 애당초 없었으니 잔고가 아니고
다만 주머니에 남은 돈이 달랑거려 불안했고,
혼자 사는 자취방 월세를 어떻게 또 미루나 끙끙매면서...
부모가 계시고
당장 끼니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차원이 다른 백수 동기들,
형편이 어려워도 급이 달랐다.
그 날 프로야구에 빠져 낄낄거리는 그네들이 왜 그렇게 부러웠는지...
나도 나중에 직장 안정되고 밥 걱정 없으면 꼭 다방에 앉아 여유부리며
저 개막전을 한 번 봐주리라 다짐했다.
총각혼자 거친 서울 객지 생활하던 어느 날이었다.
이제 28년이 지난 오늘,
이렇게 안 죽고,
비록 병들었지만 아내와 아이들 셋이나 낳고 살고 있을 줄 알았으면
그 날도 불안에 떨지말고, 외롭지말고 같이 잘 지낼걸
후회가 막심하다.
문득
'혹시 지금 근심하는 것들 한 십년이나 지나면 아무 것도 아닌거 아닐까?'
그럼 오늘 이 근심한 거 또 미련했다고 자책하는거 아닐까?
참 알 수 없는 사람의 세상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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