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매기 같은 하루...>
싱싱한 생물 생선도 아니고
바짝 마른 건어물 생선도 아닌
생선이 바로 과매기다.
쫀득쫀득 말랑말랑 그 중간 어디쯤,
안식일 하루가 참 고역이다.
마치 과매기가 되어가는 듯
하루가 우울해진다.
조용한 방에서 푹 잠 좀 자고 싶다.
몸살이라도 나거나
잠이 부족하여 뒤틀리는 날은 더욱 간절해진다.
최소한6-7명, 보통 10여명이
24시간을 같이 한 방에서 보낸 지 벌써 5년,
지금도 15명이 한 방에서 2년째,
쉴 새 없이 높은 볼륨으로 머리를 아프게 하는 티비소리
돌아가며 주제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열띤 수다들,
내 컨디션 따라 어느 때는 그런대로 정겹기도 하지만
몸이나 마음이 고단한 날은 여지없이 견딜 수없는 소음과 짜증이 되어
나를 고문하기도 한다.
정말 조용하고 창문으로 햇빛 살짝 들어오는 방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딱 한바퀴만이라도 딩굴면서 푹 자고싶다
이게 무슨 대단한 소원이라고...
오늘도 나는 부글부글 씩씩대며 승질 부리는
과매기가 되고 말았다.
너그럽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대놓고 싸우지도 못하면서
애꿎은 아내만 들들볶는 과매기 남편...
예배시간이 임박하여 세면실로 갔다.
이미 들어간 앞사람이 씻고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쌩하니 뒤에서 온 할머니 한분이 먼저 들어간다.
그것도 내가 참 싫어하는 스타일만 골라서 하셔서
무지 나를 망가뜨리는 그룹 중 한 분이다.
“나 금방 하고 나올테니 양보 해!” 하면서...
이미 세면실로 들어간 사람을 어쩌라고,
좀 있다 나올 만한 타임에 어느 조선족 간병사가 세면그릇을 들고
쉭 들어가서 세면대 옆에 놓고 나온다.
‘이런 괘씸한...’
양보 받아낸 할머니가 나오자 나는 바로 아내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곤 문을 잠가버리고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이미 싱싱한 생물단계는 글렀다.
열이 부글부글, 얼굴색은 푸르락 붉으락...
그렇다고 넉넉히 관대하지도 못해서 과매기가 되어가고 있다
좀 지나서 기어코 그 간병인아줌마가 문을 두드린다.
‘안에서 문을 잠갔네’ 어쩌면서,
순간 욱! 한 나는 샴푸거품을 머리 가득 바른 채 문을 확 열었다.
“뭐요? 왜요!”
“세면바구니 좀... ”
획! 세면바구니를 집어 건네주면서 다시 문을 쾅! 닫아버렷다.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분명 뭐라뭐라 해댔다.
과매기의 비명인지 분노인지 애매한 소리를...
‘정말 우리가 눈에 안보이나? 왜 다들 우리를 투명인간 취급을 할까?’
큰일이다. 십분도 안 지나서 안식일 예배를 드리러가야 하는데
도저히 이 심정으론 감사고 경건이고 물 건너갔다. 에휴~~
그렇다고 나 혼자 몸도 아니고,
“여보 나는 만만한 남자니 무시한다 치고,
왜 남들이 당신은 같은 아줌마로 안 보이는거야?”
대한민국 아줌마가 얼마나 사납고 만만치 않은 줄 나도 아는데,
다른 아줌마들이 아내는 도무지 아줌마로 안 봐준다.
“내가 장애인 병신이라고 무시하나보지뭐...”
“별 소리! 이 병원에 장애인 병신 아닌 환자가 단 한명이라도 있어?”
괜히 화제를 돌리고 긴장 풀어서 예배드리러가자고 던진 말에
아내는 바늘로 콕 찌르는 소리를 했다.
자기를 찌른다고 했지만 우리가 남인가?
일심동체, 서로반쪽인 부부인데...
아악~~~~
막가파도 못되고, 성숙하지도 못한 중간치기 과매기 신앙인,
<괴로웠던 사나이 예수 그리스도>라고 윤동주가 말한
그 표현이 과매기 신앙인의 슬픔을 말한 것일까?
요즘은 과매기가 비싸게 불티나게 팔리기도 한다는데
이 과매기 신앙인도 누군가 좀 값을 쳐주는 사람이 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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