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걱정 말고 우야든둥 잘 살거라>
병실에 새로 환자 한 분이 오셨다.
칠순이 넘으신 할머니,
간병을 맡으신 아주머니 한 분과 창가 자리로 왔다가
추워서 우리 옆 침대로 옮기셨다.
틀니가 안맞는지 자꾸 빠져 음식을 못 잡수시고
입에 잔뜩 넣었다가 도로 뱉어 놓고,
그 통에 간병하는 분이 식사를 거의 못하신다.
더 큰 문제는 파킨슨 병이 온건지 종종 걸음에다가
치매의 초기증상까지 얼핏 보이신다.
날마다 변이 새나와서 기저귀를 차도 옷이랑
침대시트를 갈아야 한다.
미안해 쩔쩔 매시는건 그 할머니가 아니라
간병 맡으신 아주머니...
아내도 몇 년을 병실에서 그렇게 일을 보았다.
그 심정 십분 이해하고 안되었다.
그 자녀들이 날마다 한 번씩 온다.
주말에는 교대로 간병인을 쉬게 해드리고,
오늘은 멀리서 딸이 왔다.
밤 기차를 타고 새벽에 왔다는데 밥을 못 먹어서
오자마자 밥 먹으러 갔다.
"얼른 가서 밥 먹어라,
내 걱정은 말고 우야든둥 잘 살아라."
울 어머니도 마지막 3년을 저렇게 보내셨다.
울산 시립병원에서 수발을 받으며
가지도 못하고 전화만 하면 그러셨다.
"내 걱정은 말고 우야든둥 잘 지내거라"
파킨슨에 결핵에 위암에 초기 치매까지 앓으면서
내 걱정을 하셨다.
하나님이 그러신다
"니도 온갖 걱정은 말고 우야든둥 평안하게 살거래이, 나만 믿고!"
'이것저것 끄적 > 그저 오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추위 소감 (0) | 2013.02.07 |
---|---|
단비 (0) | 2013.02.01 |
새 점은 아니지만~~ (0) | 2013.01.06 |
암 선고를 받아도 당연한 나쁜 사람? (0) | 2013.01.05 |
나의 삶을 밀어 내고, 밀어 내고... (0) | 2013.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