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이면 없는 줄 안다>
아내가 깨워서 일어나보니 시간이 새벽 2시 50분,
신경이 마비되어 나오지 못하는 소변을 빼달라고 깨운 것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마다 하는 일, 보이지도 않고 바꿀 수도 없는 신경하나가 이렇게 우리 두 사람에게 형벌 같은 과제를 준다.
전에 가구를 만드는 목재를 재단기에서 자르다가 손가락 3개를 톱날에 걸려 터지고 말았다. 다행히 잘려나가지는 않고 수술로 회복되었지만 그 중 하나는 신경을 살릴 수 없어 죽고 말았다. 이 손가락이 날만 추우면 아리고, 차갑거나 뜨거운 물체와 닿기라도 하면 베이는 날카로운 통증에 깜짝 놀란다. 평생 그러고 살아야 한다니...
아내의 병은 신경과 진료대상이다. 신경의 통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통증은 유리조각이나 칼로 긁는 것처럼 아프고,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짜르르 저리다고 호소한다. 눈에는 어디 한군데 썩은 자리도 없고 피 한방울도 나지 않는데 정작 본인은 참을 수 없어 약을 한줌씩 끼니마다 털어 먹으며 버티고 살아간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보이는 상처보다 더 아프다니...
그러고 보면 많은 것들이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것들이 더 사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빈자리를 보면서 살아야하는 아픔도 그렇고, 반대로 보이는 사람이 날마다 말로 멍들게 하고 찔러서 안 보이는 상처를 안길 때도 고통스럽게 산다. 많은 자녀들이 무섭게 휘두른 부모의 폭언과 행동들에 평생 악몽을 가지고 허덕이기도 하고,
외로움, 절망, 불신, 미움, 분노... 많은 안 보이는 것들이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거나 실재로 스스로 생명을 마치도록 하기도 한다.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사회는 그 힘이 더욱 커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힘들게 하는 안 보이는 것들에서 우리를 위로하는 것들도 안 보이는 것들이 많다. 잠시도 없으면 숨이 막혀 살 수 없는 산소도 안 보이고, 지치고 무거운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밝은 햇살도 안 보이는 힘이다. 허덕이고 오른 언덕위에서 쏴아~ 불어주는 한줄기 바람은 얼마나 고맙던가!
그런 자연현상 말고도 우린 더 큰 보이지 않는 것들로 어쩌면 죽을 수밖에 없는 잔혹한 이 땅의 고단한 길에서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자유, 희망, 위로, 평안, 이 나그네의 끝에서 영원을 약속하는 소망들! ‘사람이 밥만으로는 못산다!’는 그 밥 외의 것들이 모두 안 보이는 것들을 말하지 않는가?
울 딸아이가 어릴 때 한 번은 자다가 꿈을 꾸었는지 울기 시작했다. 얼른 안아서 달래다가 소리를 그치길레 하던 일을 하느라 건너 방으로 갔다. 그런데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기겁을 하곤 울어대기 시작한다. 다시 달래고 돌아서면 또 울고... 결국은 가기를 포기하고 곁에 앉아서 오래 있어야 했던 기억,
그러고 보니 어린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다 큰 우리도 늘 그러고 산다. 조금만 힘든 일을 만나면 하나님이 안 보인다고 울고, 슬픔이나 이별의 아픔에 마주하면 도 어디 있냐고 울고... 심지어는 돈이 안보여도 불안하고, 직장이 없어도 불안해 한다.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다!‘
언제쯤이면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믿고 살까? 밤하늘에 별이 안보여도 별이 거기 있음을 믿듯...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 히브리서 11장:1절>
'이것저것 끄적 > 날마다 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극의 정점에서는 남극으로만 간다. (0) | 2012.11.27 |
---|---|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 (0) | 2012.11.25 |
일용할 양식에 대한 여러 이야기 - 페북 김동호목사님글로 인한... (0) | 2012.11.19 |
멀리 가려면 가벼워야 한다. (0) | 2012.11.10 |
날과 날을 묶는 조합의 비밀 (0) | 2012.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