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반론은 아닙니다만... 다른 생각도 떠오릅니다.
일용할 음식을 진심으로 감사요? 죄송하지만 상상으로 굶지 않게 된 것을 실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어려서 굶는 것을 종종했고 총각 때도 사나흘씩 양식이 떨어져서 물만 마시기도 했습니다. 실재로 굶고, 양식 떨어지는 불안을 해본 사람을 짐작으로 아는 것처럼 한다는 것은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고 자기가 묘사하는 것이 전부라고 우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른 처지의 사람이나 상황을 혹시나 쉽게 아는 것처럼 하지 않아야 할 중요성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남을 도울 때도 그저 부분적으로 공감하거나 내 마음이 하고 싶어서...라고 해주는 것이 오히려 서로가 가장 솔직하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신 것을 늘 감사하며 기도하는 것은 이스라엘백성들이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광야에서 며칠씩 맨 떡을 먹으며 체험하는 심정이면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중요한 것은 밥을 때마다 충분히 먹느냐 건너뛰느냐가 아니고 하나님과 나와 이웃이 함께 한가지로 먹고 마시고 사는지를 공감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밥만 굶지 않도록 챙겨주면 일용할 양식을 감사히 기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자칫 애완동물과 이웃이 같은 자리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예수님은 같이 자고 같이 있는 것을 먹고 마셔주었던 '함께' 였습니다. 종종 자존심과 배려가 사라진 구호를 하는 교회와 신앙의 모습 앞에서 밥을 굶지 않지만 대접받지 못하는 서글픔도 보았습니다. 개인과 개인만이 아니라 나라가 나라에 하는 빈민선교에서도...
너무 끼니에 촛점이 맞추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히나 그러고 싶다면 기아체험을 해보고, 그보다 더 절실하면 그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언행일치의 삶이 아닐까요?
하나님이 바라시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용할 양식에 대한 감사의 기도는 굶지 않게된 것을 기준으로 상상하며 다행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주변에 많은 사람들과 비슷하게 먹을 수 있게 된 것, 굶게 내버려두지 않으며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모두가 굶는 빈민가에서 내 앞에 놓인 양식을 하나님께 더 감사하는 기도는 이상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위에 어느 분이 시골 농어촌에서 끼니를 수시로 굶고 걱정하는 목회자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혹시 그런 분을 직접적으로 안다면 먹을 양식을 나누어 보내면서 내 밥도 앞에 놓고 감사기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아는 분이 그렇지 않다면 그런 일을 하는 단체나 움직임에 지지를 하면서 내 밥도 감사하면 될 것입니다.
사실 만원짜리 냉면이 대중음식이 아닌 사람도 너무 많습니다.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끼 만원짜리 음식을 마음편히 먹는다는 이야기가 마음 아프게 하는 사람 제주변에 많습니다. 아이들도 있고, 장애자 환자들도 있고, 노인 어르신들도...
하나님이 가장 관심가지시고, 받고 싶은 기도는 부자냐 가난하냐의 상태가 기준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드리는 기도가 아닐까 싶어서 혹 불편하실지도 모를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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