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토록 무엇이 그리 바쁜지
아무것도 표나게 남길 일도 없으면서 종종종,
살림을 살아내는 이 땅의 주부, 엄마, 아내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몸살감기로 미루던 주간 목욕을 저녁먹은후에 씻기곤
밀린 빨래를 들고 나섰다.
밤 10시 가까운 시간에서야 겨우,
오늘은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보따리를 다 하느라
한시간이 넘도록 동전을 넣고 기다리고,
빨래를 옮겨 또 동전을 넣고 기다리고 했다.
병실로 돌아오니 밤 11시가 이미 넘어 모두 잠들었다.
살금 살금 빨래보따리를 내리고, 아내 밤 소변을 처리하곤
다시 밤거리로 나갔다.
큰아이의 방을 구하기 위해 지역신문 '교차로'나 '화제'를 구하러...
온 거리를 헤메다 혹시 시외터미널주변엔 남은게 있지 않을까,
걷고 걷고 또 걷다보니 별 낮선 곳이 다 나온다.
밤이 대낮처럼 불빛으로 밝은 모텔, 노래방, 주점 마사지 별의별 업소들이
줄지어 조명을 쏟아내는 거리,
이렇게 병원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잇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발밑 보도블럭엔 상반신을 거의 벗은 여자들의 사진이 큼직한
노래방 단란주점 광고 전단들이 쌓여있다.
문득 아주 오래전 일본 출장길에 보았던 도쿄 신주쿠의 전단지들이 떠오른다.
아침이면 마대자루에 쓸어담아야만 할 정도의 여자사진 명함 전단지들이
차량이고 점포고 화분에 지천으로 늘려 있었던 밤 풍경,
어쩌면 이렇게 닮은 꼴로 여기가 변했을까...
편의점 한곳에서 간신히 한부를 구하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세상이 두렵고 슬프기조차해진다.
화장품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아가씨들이 옆을 스쳐지나가고,
거나해진 무리들이 비틀거리며 껄껄거리는 모습,
도시의 어디나 흔해빠진 이 풍경속에 우리 아이들을 살게해야하다니...
대학가 주변도 별 다를게 없고, 심지어는 고등학교에갈 딸아이조차
주변의 밤 문화에서 아주 자유로울수 없는게 예상이 된다.
그래서 도시가 싫어 시골로, 자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는데
어쩌다가 다시 빼도박도 못하게 다시 이 속에서 살게 되었을까
내가 무슨 성결하고 완벽하게 도덕적이라서 남 탓하는게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풍경을 생전 못본 촌사람이라서 놀라는 것 아니다.
예전 강남 역삼 최고 유흥업소들이 판치는 시기에 7년을 직장을 다녔고,
온갖 금융권 접대로 별의별 업소를 알고 듣고 했었는데 새삼 놀라기는,
청년때 주님을 만날 때 미아리 윤락촌에서 멀지도 않은 종암동에서
밤 업소에서 일하다가 전도를 받은 나의 경력은 결코 온실의 백합이나
죄와 거리가 먼 부모 가정의 자녀와는 다른 세상을 살았는데...
너무나 잘 알고, 너무나 몸소 겪어본 생활들이라 더 두렵다.
나는 굳센 도덕주의자가 아니라 심성이 여리고 별나서 물들지 못한것 뿐...
우리 아이들은 다를지도 모르니 어찌 두렵지 않을까
그냥 자녀를 위해 기도만 하면 된다고?
나도 참 많이 했다. 물론 앞으로도 평생하겠지만,
기도원 5개월동안도 아이들 아내 기도만 했고,
그후 병원생활 2년 가까이도 새벽기도를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거의 시간을 다 보냈다.
나를 위해서는 그저 탈나지 않게 건강을 지켜달라는 것,
마음 너무 무겁지 않게해주어 찡그리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 밖에 안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 사는 방식도 가치관 개념도 우리 때와는 너무 다르다.
건강식보다는 패스트푸드 좋아하고,
밝고 맑은 곳보다는 자극적이고 현란한 분위기 좋아한다.
시골 자연보다는 도시를 선호하고,
아끼고 불편을 감수하기보단 사고 버리고 또 사기를 좋아한다.
나도 해보니 그게 몸에 쉽게 달라붙는다.
어쩌라고? 냅두면 그렇게 망치는 쪽이 더 달콤하게 뒤덮는걸...
소돔과 고모라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
선하고 건강하게, 바르게 사는게 더 재미있고 편한데,
일부러 고되고 힘든 타락의 문화로 모두 이를 악물고 갔을까?
집단으로 미친 것도 아닌데...
이 도시가 소돔과 고모라로 되어가는데 누가 막을것인가,
누가 울며 하나님과 흥정하고 떼를 쓸것인가?
반듯하고 양지바른쪽에서 그늘은 들여다보기도 싫고
벌레보듯 끔찍히보며 손가락질만 해대는
거룩하고 반지르르한 크리스찬의 모습을 가진 무리들이??
아서라, 나도 아이들과 씨름해보지만 그런 일방적인 방식으론
속으로 담벼락만 쌓아올린다는걸 안다.
어이하나...
하나님은 왜 원하는 사람조차 덜 죄짓는 시골 자연속에 두지않으시고
가정을 해체하시면서까지 우리 가족을 흩어 놓으시는걸까?
어떻게 해볼 여력도 남기지 않으시고...
돌보지 못하는 나의 사람아 나의 아이들아,
휘황찬란한 모텔과 유흥업소들의 불빛아래 짙은 화장끼로 스치가는
아직 나이도 어린 아가씨들을 보면서
나는 아들과 딸을 걱정한다.
서러움이 복받처올라 눈물이 금방이라도 날 것만 같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내 사랑 예루살렘아!
언덕위에서 바라보며 통곡하시던 예수님의 심정이 떠오른다.
나의 조국, 나의 아이들아, 이 유혹과 위험 가득한 세상에
너희들을 놔두고 돌볼 형편도 안되고,
그렇다고 다른 길도 만만치 않아서 방법없이 애태우는 나의 심정이 슬프다.
나의 사랑하는 예루살렘,
나의 조국!
나의 도시 밤 문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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