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날마다 한 생각

그리스도의 향기...

희망으로 2012. 2. 2. 17:24

그리스도의 향기라...

 

나는 두렵다.
글을 절대고수들의 장풍처럼 자유무쌍하게 펼치다가
어느 순간 급마무리!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이 무섭다.
그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절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달리다 급정거하면 자빠지고 돌아가고,
잘못하면 큰 내외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치지도 않고 시원! 간결하게 급마무리라니?
부럽다 못해 절망감을 느끼게한다.
누구는 끙끙매면서 간신히 입구 문 하나 찾았다 싶으면
길 모양 내느라 넓히고 다듬고 정신이 없는데 말이다.

마무리는 어디 쉽기나 하나...

그런데 그 무서운 사람중 한분이 나를 괴롭힌다.
지우라! 다시 써라! 그런다고 또 올리냐? 그러며...
오늘은 또 생뚱맞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피워보란다.
그게 어디 아무나 흉내내거나 제대로 묘사나 가능한건가? ㅠ.ㅠ..

돌아보니 어쩌다 내가 이렇게 온갖 고수들속에 끼어
이리 저리 치어가며 생존을 위해 바둥거리게 되었을까?
예전에는 평안히 길을 갔는데 어느날 무슨 바람을 맞았다
그 바람이 죽는 바람인지 사는 바람인지도 모르고
같이 끼어들어 히히덕거리며 놀아버렸다.

그 놀이가 지나고나니
난 고래등 사이에 낀 새우가 되어 있었다.

흔히 바람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다고한다.
그러나 오는 것 가는 것을 분명히 알 수있다.
또한 산들바람으로 기분이 업되어 행복하기도 하고
세찬 칼바람으로 가슴저미며 고통스럽기도 한다.

유경환 시인은 '바람속의 주'라는 시로 주님을 바람이라 햇다.

'그 옷차림 스친 곳에 스며있는 향기를.
그 발자국 패인 곳에 굳어있는 믿음을.
바람부는 돌밭 속에서 가득 안은 이 기쁨.
내 이젠 다시 헤메이지 않으리.
바람 속에 내 주여' 라고...

주님의 옷차림이 스친 곳에 향기가 스며있다고 했다.
아무렴 예수님이 비싼 향수 뿌린 옷을 입었을리 없다.
예수님의 사랑, 자비, 측은지심, 동료를 아끼는 배려, 등
그 모든 성품에서 향기가 나오고, 그 향기는 바람을 타고
돌밭길을 갈지라도 기쁨을 느끼게 했을거다.
그래서 나왔나?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라는 말이~~

향기없는 바람이 좋을까?
바람속이 아니라면 향기가 얼마나 초라한 냄새로 전락할까?
예수님이 걸어가시는 돌밭길에 돌아가는 바람,
그 바람속의 향기~~~~
그건 그리움이지!
그건 평화고 환희고 맑은 눈물이지!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들어갈 때 지독하던 냄새도 무뎌지고
화장실에서 나오면 옷이고 몸이고 베어서 냄새를 피운다.
같은 이치로 좋은 향기를 풍기는 좋은 님과 함께,
그득한 향기속에 묻혀 살다보면 자갈길 돌밭을 다녀도
내게도 향기가 베인다.
그래서 그의 친구고 가족이며 사랑하는 연인임을 남들이 알게 된다.

그리스도를 느끼게하는 샤넬 50000 정도의 그리스도의 향기!

그런데 냄새나는 나를 향기가득한 무리에 끼어 있도록 허락해줄까?
그 분이야 그렇더라도 주변 제자들이나 추종자들이?...

아내가 티비 연속극을 보다가 무심코 한마디 던졌다.
"저 남자에 비하면 저 여자주인공은 너무 격이 떨어진다,
근데 어떻게 남자주인공이 저렇게 좋아할까?"

나도 무심코 던졌다.

"나는 뭐 눈에 콩깍지 안씌었었나?
사람이 필이 꽃히면 호박도 사과로 보이는 법!
그러니 세상 남자 여자들이 다 사랑하고 맺어져서 살지,"

그렇다. 필이 꽃히면 상대방이 기우는지 내가 기우는지,
누가 더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조건 비교 다 사라지고 정신없이 끌어안는다.

'필'. 그게 무엇일까?
미각? 촉각? 청각? 아님 시각일까?
어쩌면 그건 향기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때와 장소 상관없고,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시간에 메이지 않고 작동을 계속하는걸 보면!

그 고마운 '필'덕분에 전 인류가 짝을 맺고
신분과 국경을 넘어 사랑하고
서로 아끼고 구원을 베풀며 산다.
안그러면 누가 제 정신에 기우는 사람, 기우는 상대와 같이 어울릴까?

고마운 '필' !
아무래도 그 '필'은 그리스도의 향기와 비슷하다.
그리스도의 향기는 그래서 우리의 희망이고 구원이다.

아마도 형편없는 나를 급마무리 전문가이신 무서운 분들도
그래서 안고 가실거다. 밀어내거나 왕따 시키지 않고~~
마치 주님이 냄새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향기롭게 체인지하셨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