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커피 / 이해인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 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이해인수녀님의 이 시를 읽으며
어쩌면 오늘 밤 나의 마음을 이리 훔쳐 보았을까?
화다닥! 놀랐다.
그러다 이상한 느낌이 생겼다.
무엇인지 알 수는 없는데
어딘가 마음이 편치않아진다.
차분히 더듬어보니
아! 이것 때문이구나 싶은걸 발견했다.
누구나 그런적 있고
누구나 공감할만한 심정인데도
반대쪽으로 옮겨가서 보니 무지 서운해진다.
그렇게 보니 그런 맘 먹었던게 미안해진다.
내가 가슴이 터질것 같고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아 걷던 사람이 아니고
만약 수첩에 연락처 적혔던 친구라면?
'무도 없다.
힘 없이 마음을 접고 무작정 바람을 헤치다가
혼자 커피 한잔을 마신다!'는
친구의 마음을 알게 된다면...
그렇다.
누구도 계속되는 비명을 질러야 살것 같은 입장이 된다면
결코 계속 친구에게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된다.
철면피도 지적장애도 아닌 다음에야
그 미안함을 어찌 외면하고...
행여 반대쪽 입장이라서
내 몸에 생긴 일도 아닌데 끝없이 들어야만 한다면
그도 들어주지 못하고 슬그머니 고개 돌릴수밖에
어느 누구도 예외이기 힘든 진실이거늘...
그래서 부르지도 못하고
불리지도 못하는 서로의 사이가 되는걸
불행이라고 쓰지 못하고
그저 깊은 외로움이라고나 할밖에...
오늘 너무도 하고픈 말이 많은데
해서는 안된다는 알수없는 브레이크에 걸려서
마냥 걷다가 돌아와 이 시를 발견했다.
무릎을 탁!치며 맞아 맞아 그러고 보란듯 올리려다가
이게 만만치 않은 조심스러움이 깔린걸 느꼈다.
어쩌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외로움을 느끼며
진정 친구한명 없었을까? 싶은 이해인 수녀님의
침묵과 혼자 삭힘을 위로로 삼아본다.
그래서 수련을 하나보다, 그저 그러면서...
'이것저것 끄적 > 그저 오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애정 시간은? (0) | 2011.11.30 |
---|---|
같이 오고 따로 가는 것들... (0) | 2011.11.25 |
아내없이 오가는 길에 가을비는 내리고... (0) | 2011.11.23 |
장애인이 갈 곳 없는 세상...- "감옥이 사회보다 따뜻해?" (0) | 2011.11.18 |
누군가 가장 밑바닥에 있다... (0) | 2011.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