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집이고 어디가 객지인지...
토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일요일 보내고 오늘(월요일)저녁무렵 도착했으니
2박3일인가요?
개천절 공휴일이 연달아 병원치료도 쉬고해서
추석에도 못가본,
나눔이가 있는 충주 외갓집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그곳에 가면 더 힘들고 몸살이납니다.
침대가 등받이가 안되니 식사때마다 이불과 베게를 끌어다
간신히 앉히고서야 밥을 먹일수 있습니다.
세수도 양치질도 힘들고,
목욕은 아예 꿈도 못꿉니다.
게다가 하루종일 햇빛한줌 들어오지 않는 컨테이너속이라
여름장마를 넘길때마다 곰팡이와 습기로 곤혹합니다.
그래서 짐을 정리하고 보일러 불을 돌려 말리고,
뭐 그렇게 좀 사람살기 적당하게 치우러 갑니다.
이번에는 나눔이가 학교수업을 빠지며 염려스러워 더욱 갔습니다.
간다고 무슨 변화가 있거나 대책이 있는건 아니지만 위로차...
대형쓰레기봉투 서넛에 상한 물건들과 옷가지들을 버리고
안입는 옷들도 재활용 수집통에 내다 주었습니다.
작년보다 아내를 입구에서 업고 오르고 집과 컨테이너사이를
오가는게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설마 일년만에 내가 늙었나?...' 속 생각입니다.
한참을 쌓여서 누렇게 변하기도 한 우편물들을 정리하다가
한통의 공문을 보았습니다.
충주시에서 온 장애등급 재심사 통보문!
안그래도 불안해하면서 여기저기 서류와 영상시디를 발급해서
제출한 장애재심사 결과였는데....
두려운 심정으로 보내고 기다리던 중입니다.
그건 희귀난치병 질환자에 저소득층에게만 지급하는
간병비보조가 월30만원씩 나옵니다.
그것과 장애수당 8만원, 총 38만원이 정기적인 수입이었습니다.
최소한 병원비에 사용할수 있는 유일한 고정 수입...
그런데 그 조건중 하나가 장애1급자! 그 자격조건이 필수입니다.
떨리는 손으로 뜯어 본 통보문,
혹시나 했는데 결국 역시나...
장애2급으로 변경 조정되었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결정입니다.
이제 어떻게해야하나...
장애등급기준이 되는 팔과 다리의 움직임이
집사람병의 경우 왔다갔다합니다.
사실 그건 난치병의 후유증, 부수적인 상태일 뿐이지
발병 원인도, 그 상태가 병을 좌우하는것도 아닙니다.
실제 희귀난치병으로 분류된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95%가 넘는 사람들이 걸어다닙니다. 절면서 불안하지만,
암환자도 임종직전까지 걷는걸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장애진단은 병의 중요성이 아니고 거동 불편정도로 정하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혼자 앉아있지도 못하고, 서서 5미터도 가지 못하는데도
이 병의 상태가 장애진단과 직결되는건 아니니...
무거운 마음으로 아내 몰래 가방에 집어넣었습니다.
환자에게 병원비걱정을 한겹 더 보태봐야 돌아오는건
내 짐만 무거워질뿐이라는걸 아는데...
아이와 많이 이야기는 못했지만
아이의 마음상태를 이해하고, 내가 많이 사랑한다는
믿음을 조금이라도 전해준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불편하고 마음 무겁게 보낸 2박3일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오니 오히려 마음이 시원하게 뚤립니다.
여기는 모두 아픈 사람들이고,
우리보다 더 어려운 형편과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
그렇게 서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인곳이라 그렇습니다.
게다가 환자를 돌보기가 집보다
열배는 좋은 것 같습니다.
모든 점에서...
단지 아이를 혼자 두고 와야 한다는 그 하나가 힘듭니다.
또 저 혼자 그 빈방을 메꾸며 버티고 지낼걸 생각하니...
'아내 투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평원 전문재활치료 묻지마삭감 심하다 (0) | 2011.10.18 |
---|---|
재활치료일수제한의 문제점 - 일본2007년 경우 (0) | 2011.10.18 |
중복장애등급 (0) | 2011.10.02 |
도망가! 도망가! 도망가!... (0) | 2011.09.29 |
[다보고계시지요?]도서 주문은 이곳으로! (0) | 2011.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