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먼길을 가깝게 가는 법

희망으로 2011. 9. 13. 07:19

제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아주 작고 느린, 

성질 급한 사람은 자주 가슴을 주먹으로 치던지

아니면 자판을 주먹으로 치던지 둘중의 하나를 하기 십상인

넷북입니다.


더구나 처음 전원을 넣고 부팅이 되는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집니다.

될 수 있으면 화면에 아이콘도 치우고

자동실행프로그램도 줄이고 별 짓을 다해도

더 이상 빨라지지 않는 시간이 벽처럼 느껴집니다.

누군가 부팅시간(컴퓨터가 켜지는 시간)을 1분만 줄이면

돈을 자루에 끌어담을 만큼 벌것입니다.

오죽하면 영화에서 빨리 빨리!를 외치는 

스파이들의 애타는 장면을 다 보겠습니까?


그런데 어느날부터 제 넷북이 아주 빨라졌습니다.

정말 시간도 안걸리고 지루하지도 않아졌습니다.

무슨 장치를 해야하는 복잡한 방법도 아니고,

아주 비싼 노트북으로 바꾼 것도 아닙니다.

단지 사진 하나만 바꾸었을 뿐인데~~


그 이후론 주먹을 쥐지도 않고 

숨이차거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지도 않습니다.

신기하게도 기분까지 좋아지는 행복한 순간으로 변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입니다.





위 사진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고 있는 어느 분의 뒷모습입니다.

프랑스 생장 피드포르에서 시작하여 피레네 산을 넘어 론세스바에스 부르고스,

팜플로나를 지나 야곱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까지의 870키로를 걸어서 가는순례길입니다.


아주 오래전 한국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가본 사람도 별로 없을 때 남궁화백님이 손으로 그린 그림과

설명이 겯들어진 작은 순례기 책을 읽은 순간부터 우리 부부의 마지막 꿈이 되었던 곳입니다.

이제는 손에서 멀어지고 마음에서조차 슬그머니 내려놓을 수밖에 없지만...


이 사진을 보면서 저 길을 가는 사람대신 제 마음이 들어가면

어느새 얼굴을 스치는 바람과 나무의 새들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날은 다리가 아프고 어느 순간은 배가 고프기도하는...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바크가 한 '어디인들 멀랴, 마음이 간다면 이미 가있는 것들을!'

그 구절이 늘 와닿습니다.

거리도, 장벽도 넘어가는 마음이 이미 가 있는 놀라운 비행, 여행들!

천국도 때로는 그래서 신기하게도 땅에 묶여 바둥거리는 제게 왔다갑니다.


어제는 제 책을 내주신 분께서 먼 귀경길 중간에 병원을 들러주셨습니다.

무려 6시간을 운전하고 간신히 어두워져서 도착하셨는데 

전 아무것도 대접할수 없었습니다.

사방의 식당은 추석당일이라 다 문을 닫고, 병원안에서는 조리도 할 수없으니...


딸아이 나눔이에게 자녀분께 받은 용돈을 절반씩 나누어쓰자고 떼어주시고

기어이 또 강제로 넘겨주신 책 판매의 일부를 담은 봉투를 받았습니다.

병실 침대에서 해주신 기도는 당연히 받으면서도 이건 아직도 낮설고,

마음에 편하게 받지 못합니다.

뒤척이고 자다가 깬 새벽, 4시가 좀 넘어서 문득 이런 말이 들립니다.


'그렇게 사랑을 받을줄도 모르면서 무슨 사랑을 줄 수 있다고...'


한대 얻어 맞은 사람처럼 자꾸만 그 말이 떠나지 않습니다.

받고 감사하고, 오직 사랑의빚 외에는 지지말라던

그 사랑도 담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나누지 못하면서 

내가 누구에게 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요?

선행이나 자선이라면 몰라도...


먼 길을 가깝게 가는 방법,

어디인들 멀지않게 이미 갈 수 있는 마음여행,

천국이 내려오고 서로 나눌 수 있는 수련이 참 부족했습니다.


오늘은 그 분들의 휴식과 더 큰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이것을 제게 알게 해주신 것을 감사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