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가는 길/예수님과 함께 가는 길

슬그머니 가르치는 하늘 울아버지!

희망으로 2011. 5. 20. 06:42

간 밤에는 병실에 느닷없는 파티가 벌어졌다.

유치원 선생님을 하시다 온 몸에 종양이 생겨 신경을 누르는

희귀병에 걸려 수술을 몇차례나하고 입원해 있는 딸을 보러

엄마와 아버지가 오시면서 단백질 풍부한 번데기와 닭발을 요리해 오셨다.

 

매운 맛에 숨을 호호 불면서도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웃음꽃을 피우면서 모두 맛있게 먹었다.

엄마 되시는 분이 워낙 재미있게 말씀도 잘하시고 인심이 좋으셔서

오실 때마다 병실 분위기가 업 된다고 옆 침대분이 말씀하신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 배우자랑 또 사실건가요?”

9인실 모든 분들에게 한명 한명 질문을 던지셨다.

대부분의 분들이 농담인지 민망해서인지 아니라고 발뺌을 하시고

한분만 다시 살겠다고 대답을 하셨다.

나는 그런 곤란한 질문은 본인 앞에 두고 하는게 아니라고 둘러서 말했다.

알아 차렸을라나?’

 

그런데 다 먹고 치운 다음에 시작된 그 아버지의 이야기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쉰이 넘어 나와 같은 나이의 그 아버지는 세 살때 엄마가 버리고 가셔서

아버지랑 형 동생처럼 살았다고 하신다.

그 후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오직 아내와 딸을 보면서 의지하고

살았는데 아내에 이어 딸마저 유전적인 희귀병이 걸려서 속상한다고 하셨다.

하우스 농사를 지으며 사시는데 딸 생각이 나면

일하다가도 하우스 안에서 울고, 막걸리 한잔 하면서 또 울고,

잠들면서 돌아 누워 또 우시고...

 

그런데 얼마 전에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가 연락을 해왔단다.

50년 만에, 그런데 용건은 호적을 좀 정리해달라는 것이란다.

기초 수급자라도 신청해서 도움을 받고 싶은데 자식이 있는 걸로 되어

신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줄 수가 없다고, 분노와 설음이 복받쳐 말씀을 하셨다.

와서 얼굴이라도 비치고 미안했다 말 한마디도 안하면서 달랑 호적만 정리해달라?

욕을 섞었다가 울먹였다가 흔들리는 목소리로 밀을 이어갔다.

 

늘 우스개 소리도 하시고 씩씩하셔서 그런 그늘진 마음은 짐작도 못했는데

사람마다 뚜껑을 열면 깨진 유리조각 같은 상처가 있는 줄 다시 느꼈다.

건드리면 터지는 폭탄도 여럿 있고...

 

그 이야기를 듣던 옆자리 부부는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십이년 전 아들이 친구가 태워주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단다. 그 친구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아들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한달 보름 가까이 의식을 찾지 못했단다.

뇌에 피는 차고 압이 높아 수술도 못한 채로...

 

거의 포기 상태라 병원의 권유로 뇌사 신체기증서도 작성하고 기다렸는데

간신히 깨어나고 그 뒤 일년 반을 온갖 치료를 받고 회복되었다.

그동안 교통사고라 일반 보험도 안되고 보상할 친구는 죽어버렸고 꼼짝없이 생돈으로

일억 몇천인가를 쏟아부었다면서 아빠가 번 돈을 대부분 날려먹었다고

엄마는 속상해하셨다.

 

그 일을 계기로 엄마는 요양사자격을 따서 그 뒤로 십일년을

한명의 환자 간병을 하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엄마 본인도 당뇨가 심해지고

류마치스로 무릎 수술을 하곤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에 남편도 산업재해로 2년 동안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고

아직 해결이 안되었는데 아내 간병을 하면서 지내신다.

 

무슨 사연이 이리 많은지...

사람마다 파도를 넘고 눈물의 세월을 보낸 이야기들이 한보따리씩이다.

하나님이 이 모든 사람들의 절절한 기도들을 한번에 들으신다면

너무 벅차 숨고 싶지는 않으실까?

그럼에도 날마다 하루를 버티고 또 하나의 산을 넘을 수 있는

힘들을 모두에게 주시다니 놀랍기만 하다.

 

함부로 나만 빠진 인생의 구렁텅이라고 단정 짖지 말일이다.

나만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거라는 포기도 하지 말일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고난들을 다 안고 지고 남보기에는 씩씩한것처럼

살고들 있는데, 하물며 신앙의 훈련을 오래 받았다는 사람들은 더욱!

 

오늘도 슬그머니 먹는 즐거움 뒤로 밀어내놓는 하나님의

한 방 깨우침을 받고 마음을 추슬러본다.

영리하신 우리 아버지, 다른 사람을 통해 미안하게 만드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