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많이 힘들고 지겨운 날이다.
최악은 아니지만 지친다.
가난한 거지가 싫다. 아픈 병자도 싫다. 불쌍해보인다는 노예도 싫다.
보기 싫다 꼴도 보기 싫다.
적응하고 산다는 놀라운 인내심과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점은 높이 볼 수도 있지만
당연히 따라붙는 근성 천덕스러움 익숙해지는 뻔뻔함들이 정말 싫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것 까지 뺏어가면서라도 살겠다는 지독함이 싫다.
염치도 없어지고 우아함도 사라져도 끄덕도 슬퍼하지도 않는 사람답지 않음이 싫다.
다른 사람에게 엄살을 부려서라도 더 아픈 사람이라는 걸
기어이 느끼게하고야 만족하는 일종의 복수심이 싫다.
강자 앞에서는 머리 조아리고 헤헤그러면서도
자기 집단 안에서는 더 약한자에게 가혹하게 구는 노예근성이 정말 싫다.
부자고 우아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좋다는 것도 아니지만
염치도 사람다운 자존심도 사라지고 슬퍼하지도 않는 천박한 근성들도 딱 그만큼 지겹다.
나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싫은 만큼 내가 싫어지고, 딱 그만큼 그런 종족들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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