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늦은 오후에 환자를 붙들고 하는 궤변...

희망으로 2010. 1. 21. 20:03

온몸이 마비된 아내를 기립대에 묶어 세우고

씰데 없는 질문 하나 던진다.

 

"당신은 왜 살아? 무얼 할려고 사는냐고!"

"......."

"그냥 사는거야?"

"......."

"그냥 사는구나, 당신은 좋겠다.

딱히 할거도 없고 꼭 가고 싶은 곳도 없으니

죽는거도 억울하지 않고 겁나지도 않겠네"

"......."

"나? 나야 당신 놀려 먹는 재미로 살지,

당신 아니면 누가 이런 씰데 없는 소릴 들어주겠어.

따귀 한 대 아니면 명예 훼손으로 고발감이지!"

 

아내는 씨익 웃는다.

 

"당신 없으면 따라 죽어야지, 뭔 재미로 살겠어!"

...........,

 

"그러고보니 당신 살 이유가 생겼네,

남편 오래 살게 하려면 당신도 악착같이 살아야겠네.

좋겠다 살 이유가 생겨서..."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어 감사비 좀 내봐!"

 

빈 손으로 내 손바닥에 엎어 준다.

 

"에게! 그냥 손바닥 공갈 돈?

어릴 때 아이들과 놀던 놀이인데 이십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통해?"

 

ㅎㅎㅎ

하루가 또 간다. 씰데 없는 이야기로!

그래도 두 사람의 목숨이 걸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은 것은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