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입원465일 ... 끝없이방문하는 날개 없는 천사들!!!

희망으로 2009. 12. 10. 21:01

벌써 계절이 바뀌고 있다.

집에 다녀온 것이  여름 반팔 가지러 갔다올때 였는데

가을도 지나고 벌써 눈발이 두어번 날린 겨울 초입을 지나간다.

 

병실에서 꼼짝 할 수 없어 인터넷으로 티셔츠 두개 긴바지 두개를 사서 맞교대하며 지낸지도 한참 되어간다.

이곳 9층 병실은 소아암병동과 같이 있어서인지 간호사분들이 어제밤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있다.

한번에 못하고 조금하고 쉬었다 또 조금하고...

그러고보니 벌써 성탄이 가까이 왔나보다.

라디오에서 캐럴이 들리고 외래층을 오가는 사람들도 두꺼운 겨울옷 차림들이다.

 

'...아무래도 이번 겨울 성탄절도 아이들과 같이 보내기는 힘들것 같다.

지난 해 성탄도 떨어져서 지냈는데...'

 

서운한 마음에 병실 앞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경으로 아내를 침대채 데리고 가서 사진 하나 찍었다.

찍고 있는데 간호사분이 지나가길래 같이 한장 찍어 달랬더니 옆으로 척 와서 서주신다.

워낙 쾌활하신 분이다.

멀찍이 계시던 선생님 한분이 찍어줄테니 나도 서보란다.

그래서 생긴 기념 사진이 아래거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속의 아내도 나도 웃고 있지만 사정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오늘 원무과를 몰래(아내가 걱정할까봐 비밀로..)가서 중간 진료비 계산서를 받아보았다.

예상 했던 금액이었지만 눈으로 종이에 찍혀있는 숫자를 보니 별수 없이 철렁한다.

총 금액 2천5백 중 내 부담액이 천이백만만원이다.

 

아직 남은 항암 주사 세번에 혈액 림프구교체시술 두어번 검사비 입원비 등 추가하면 대충 이천만원...

방송국에서 2년에 걸쳐 지원해주기로 한 병원비 천만원과 생활비 천만원이 몽땅,

그것도 한 병원에서 한번에 다 들어갈 상황이다.

달리 방법도 없고 크게 놀라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대략 예상했고 각오하고 시작한 치료기때문이다. 

 

 

         

 

한달쯤 후 이 병원을 나서면 그 다음은???

그건 아직 생각도 계획도 세울수 없다.

상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지금 여기까지 오는 동안도 사실 닥칠 두어달에 대한 준비도 못한 채로 온것이 대부분이다.

계산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 죽을 것만 같았지만 정말 기적처럼 유지해왔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얼굴도 심지어는 이름도 아직 모르는 분들에게서도 도움이 들어왔다.

그저께는 척수염 카페의 푸른하늘님이 문자로 계좌번홀르 물어 적지 않은 돈을 보내주셨다.

간병비용으로 사용하라고...

난 아직 푸른하늘님 이름도 사실 모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지난 주에는 생로병사의비밀 최재호피디님이 암센터로 병문안을 와주셨다.

당신의 책 두권에 직접 싸인도 하셔서 아내에게 주면서 또 많은 돈을 주고가셨다.

충주로 촬영오셨을때도 장인 장모님과 나까지 점심도 사주셨고

그뒤로도 수시로 도울 것이 없냐고 전화를 여러번 하셨다.

이곳 병원에 잘 좀 치료해달라고 부탁도 하셨다고 수간호사님이 오셔서 이야기했다.

이 은혜와 귀한 사랑들을 다 어떻게 갚을지 벅차다.

 

요즘 더욱 잠잘 시간이 짧아져서 많이 힘들고 몸도 여기저기 적신호가 와서 불안하지만

더 많은 도움과 위로들이 나를 버티게 한다.

입원생활 465일!

짧지도 않고 앞으로도 얼마를 더 갈지 몰라서 무거운 숫자임에는 분명하지만

내게 힘주고 붙들어주는 하나님과 사랑 나눔으로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견딜만하다.

 

오늘은 막내 나눔이에게 전화가 왔다.

초등학교 마지막 기말고사에서 공동1등을 했단다. 평균96.09점으로!

중간고사도 1등했는데...

이래서 사는 힘이 더 보태지나보다

고마운 가족, 특히 막내 나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