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렛 예수" 영화를 보고 (4)
어느날 처럼 예수는 성전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입구에서 예수는 문득 발이 멈추어 졌다.
오래전 부터 그 자리에서 계속 구걸을 해온 어느 소경을 보았다.
우뚝 멈추어 선 예수.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 또, 고쳐 주시겠지. 그 기적의 손길을 쫙 펴서.
하지만 예수는 잠시 멈추었다간 그냥 지나쳐 성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의외라는 놀라움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도식, 짜여진 각본에 예수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그런 분이었다.
그런데 예수는 성전안에서 제자들에게 그 소경을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셨다.
상당히 화가 난 표정으로, 그리고 뭇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더욱 짜증스러워 하시면서.
예수는 진흙을 손에 뭉개 으깨면서 골똘이 생각에 잠기셨다.
어쩌면 언제까지 내가 사람들의 생각을 염려하며, 또 이해를 시키며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하듯.
예수는 그 진흙을 데려온 소경의 눈에다 바르기 시작했다.
소경은 기겁을 하며 몸을 비틀었다.
소경은 바란것이 그것이 아니었다.
다만, 자기의 불행스럽고 구차한 모습이 동정을 받아서
여태껏 없던 큰 동정의 물질이 자기에게 돌아오기를 기대만 한 것이지
이상스런 짓거리를 당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순간 예수의 제자들이 우루루 달려 들었다.
"주님! 그자는 태어날 때부터 소경으로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자들은 예수가 행여 기적을 베풀다가
혹시 잘못 짚어 실수라도 하여 여러 사람들의 비난이라도 받을까봐 두려움이 앞섰다.
진정, 그 소경의 암흑의 고통쯤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실 그 본인 조차도 눈을 뜨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하지만 예수는 그렇지 않았다.
세상의 실명한 장님이 몇명이던가.
그 중의 몇명이 눈을 뜬다고 한들 세상의 역사가 얼마나 달라지며 얼마나 자기의 공로가 빛을 보겠는가.
그렇지만 예수에게는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단 한명의 고통조차 어둠속에 버려둘 수는 없었다.
하늘 나라에서는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이 아흔아홉마리의 양보다 무게가 무거운 법칙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예수이기 때문에.
예수는 제자들을 향하여 말을 시작했다.
보아라, 나는 세상의 빛이다. 어둠을 조금도 버려둘 수 없다.
단 몇푼의 돈을 던져놓고 마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삶은 내겐 죄악이다.
그는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세상을 밝은 빛속에 바라보고, 언제까지나 남에게 귀한 생명을 의지하고 연장해 가는 그런 노예의 삶이 아니라
스스로 자립해서, 스스로 벌어서 자부심을 가지며,
자기 영혼을 사랑하며 동시에 남의 영혼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자유의 생명을 정말 주고 싶다."
정말 그 사람은 눈을 떴다.
암흑 속에서는 온갖 돈을 많이 구걸 받을 수 있는 그런 방법만을 골몰하던 그 소경은
밝아온 세상의 광명앞에 상상으로도 도저히 짐작할 수 없던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밝은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내가 왜 할 것이 없단 말인가.
얼마든지 벌어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명의 의욕이 솟구쳤다.
예수는 그런 것을 소경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돈 몇푼으로, 떨어지면 또다시 매달리는 그런 영원한 노예와 구걸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살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남을 도와가며 살 수 있는 그런 자유함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심지어는 그 소경조차도 그런 깊은 사랑과 지혜는 없었다.
참다운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으로써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순간 예수는 울컥 외로움과 고독이 몰려왔다.
누군가 이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기뻐해 줄 수만 있다면...
그런데 정말 그런 순간이 왔다.
눈을 뜬 장님이 기뻐서 어쩔 줄 모를 때 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우루루 몰려 왔다.
"이건 사기야, 예수와 이놈이 작당하고 사기치는 거야"
하지만 그 장님은 당당하게 주장했다.
눈을 뜨고 그 시대를 살아가든 사람들에게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대답이 나온 것이다.
그 땅에서,
지금껏 보아온 현실로써는 누구의 편에 서서 맞장구를 쳐야 앞날이 편할 것인지
계산을 하는 머리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대답이.
"아닙니다. 예수가 내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요 주님입니다.
틀림없이 그는 불쌍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을 아는 사람입니다."
예수가 슬픈 듯 괴롭게 말을 했다.
"보라 나는 보지 못하는 사람을 보게하고 보는 사람을 보지 못하게 하러 왔다.
차라리 눈을 보지 못하면 죄가 없겠는데 본다고 하니 죄가 그대로 있다."
무서운 예수의 선포였다.
예수는 덧붙였다.
"자신은 안 들어가면서 남도 못 들어가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다.
정의와 자비, 선행을 무시하는 사람들, 컵속에 빠진 파리는 건지면서 낙타는 그대로 삼키는 사람들"
예수는 그런 사람들을 율법학자라고 했다.
그리고 남을 지적하고 자신은 자격있고 먼저된 사람이라고 하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했다.
정말 우리는 가끔,
아니 종종 우월한 크리스챤이라고 몰래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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