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하루 앞둔 전날 아침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명절의 즐거움과 가족 친지들을 만날 마음으로 분주할 때
우리 가족은 바위덩어리 같이 무거운 심정으로 서울 삼성병원 응급실로 올라왔습니다.
근 십여일에 가까운 두통과 구토로 반 실신상태의 아내를 차에태우고
대학병원에서 찍은 사진과 척수종양으로 본다는 소견서를 들고 말입니다.
뒤따르는 온갖 불길한 닥칠 싱황들과 그동안 병원살이에 탈진한 몸을 이끌고
실날같은 희망을 붙잡고 병원 응급실 침대에 누이고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습니다.
감당못할 치료비와 손 놓아버린 생계는 아예 나중문제였습니다.
제발 통증과 구토로 그냥 정신을 놓아버릴것만 같은 아내를 살려주기만 했으면 하는 맘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하루 이틀 사흘...
종일 속으로 성경구절과 찬송을 주문외다시피 되부르고 새벽마다 기도했습니다.
아픈 아내를 곁에서 손을 쥐고 달래며
화장실과 세면 목욕을 시키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5일째 되는 날
선생님들의 판독은 척수종양이라고 판독되었던 부분이 거의 사라졌기때문에
수술은 물론이고 그렇게 두려워하던 척수내 조직검사 조차 할 필요가 없게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우리에게 이런 놀라운 하늘의 선물이 내리는지요.
하나님이 주시는 기적의 사랑에 다만 무릅꿇어 감사를 드릴수밖에!
그 뒤로도 계속이어지는 호전반응들과 날마다 사람을 통하여 병원비며 음식이며 기도위로등
신비하리만큼 필요한 것들이 계속 채워졌습니다.
빈몸으로 정말 캄캄한 맘으로 올라왔던 우리 가족 앞에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있고
언제나 순간마다 사람을 보내 위로하시고 채워주시는 기적에 고맙기만 했습니다.
같이 온 둘째 기쁨이조차 자기 입으로 매일이 기적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였습니다.
평상시에 교회는 나오면서도 교회 이야기 꺼내는 것도 듣기 싫어하던 아이 입에서 말입니다.
드디어 오늘 정확히 2주만에 퇴원합니다.
병원은 3주간 재활치료와 신경치료를 더 할것을 이야기하지만
2인실 병원비가 많이 부담이 되는 아애와 직장일을 계속해야될 제 사정을 감안해 퇴원하기로했습니다
아직도 제데로 걷지 못하고 팔의 마비는 풀리지않아 아무것도 집지도 들지도 못하지만
우리 가족은 다 나은 듯 가볍고 기쁜 마음입니다.
지옥과 같은 순간들을 지나왔고 바위 같은 무게, 먹구름들을 걷어 냈는데 남은 치료는 짐도 아닙니다.
이제 무릇 네 마음을 잘지키라는 하나님의 말씀과
온 가족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생활로 회복해나갈 작정입니다.
아마도 예전의 우리 집안보다 서너배는 더 행복한 앞날이 될것으로 믿습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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