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고개를 넘는 일상’
13년이라는 기나긴 병원의 보조침대 생활이 아무래도 원인이 되었던가 보다
늘 허리와등 근육통, 팔다리 부상을 달고 살며 한의원만 들락거렸던
그 세월이 몸의 정상적인 구조를 유지하기 힘들게 했건 것 같다
‘척추 분리증’
척추의 마디마디 뼈를 고리처럼 이어주는 게 있는데
그중의 척추 5번 고리가 끊어졌다는게 엑스 사진을 판독하시며
의사선생님이 하신 말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일이고… 빗나가는 마디들이 척추신경을 누르면서
다리와 엉덩이에 심한 통증을 거의 한달읗 가져왔었다.
그냥 과하게 걷기운동이 원인인가? 하고 한달 가까이 쉬어봐도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통증은 심해져 잠자면서 몸을 돌려 눕지도 못하게 되었다.
결국 주사치료를 한달이나 받으면서 통증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더 어긋나 척추협착증이 심해지면 수술치료를 피할 수 없다고
의사선생님은 허리 근육과 척추 전문 치료를 계속해야한다고
두번 세번 당부를 하셨다
‘나 아무래도 전동휠체어를 탔으면 싶어…’
아내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동안 주위 사람들이 여러반 권했어도 언젠가 나을거라고,
전동휠체어를 타기 시작하면 점점 근육을 사용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온몸의 근육이 굳어져 다시는 일어설 희망이 없어진다며
사양을 했다. 그러다 더 심해지자 아예 건너뛰어 포기를 해버렸다
어디를 나가거나 운동삼아 집밖을 나가는 것도 벅찬 것을 느낀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폐가 한쪽이 작동하지 않아 오래 앉아서 버티기가 힘들고
앉아서 밥을 먹는 것도 거의 힘들게 고통스럽고 곧잘 어지러웠다
혈액순환까지 잘 안되는 기립성저혈압까지 겹치니…
그런데 이제,내가 허리 부상으로 지금 비탈진 언덕위에 있는
아파트에서 마트나 병원 미장원 어디라도 나가면 귀가가 힘들게 되었다
전에도 있는 힘을 다해 내가 밀고 오르면 숨이차고 등에 땀이 났는데
이제 그 일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아내는 그나마 어쩔 수 없는 외출이라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병원에 상담을하니 근육평가부터 다시 해야한다고 한다
퇴원한지 2년이나 되어 전의 의료 자료를 사용할 수 없고
전동휠체어를 조정할 수 있는 손과팔의 근육이 기준을 넘어여 한단다
지금 아내는 왼손 하나를 간신히 원하는 정도의 작동을 하는데
그것도 가끔 근육이 뭉치거나 경련을 일으킨다 그러면 위험해서
전동휠체어 처방전을 내어줄수가ㅡ없다고 한다
다음주 화요일, 재활병원에서 근육평가 예약을 잡아주었다
무사히 통과해야 국가 장애인 도구 보조금을 받아 살 수 있다
문제는 아내는 보통 전동휠체어는 곤란하다
타는 중 숨쉬기가 어렵고 속이 울렁거리며 어지럽기 시작하면
뒤로 45정도 눕혀 숨이 회복하는 틸딩기능이 되는 차를 사야한다
지금 수동 휠체어도 그 기능을 가진 것을 대만에서 수입했었다
가겨은 일반 전동차의 거의 두배, 보통 200만원선인데
틸딩이 되는 그 휠체어는 390만원, 거의 두 배였다
국가보조금을 받고도 160만원 가량은 본인이 개인 부담을 해야 한단다
마치 스무고개를 시작한 것 같다
내 허리 문제로부터 출발한 것이 계속 이어지는 문제를 풀어야 하게 한다
다행히 12일 평가가 좋아서 처방전이 나와도 신청하고 제품을 받으려면
따로 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문제는 또 다른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막내딸이 2월달에 대학원에서 파견해주는 영국 교육학습을 2-3주 간다
비행기 비용을 부담해주고 영국 대학교내 숙소에서 머물게 해준다는데
밥까지 주는지, 일상 비용은 얼마나 들어갈지 조금 보태려고 했는데…
이 일이 겹치면서 여유가 없어 미안하지만 허리를 조르고 다녀오라고 해야한다
아이는 기쁘다고 했고 우리도 그 소식을 듣고 자랑스러워 했는데…
스무고개는 아직 몇개를 더 정답을 맞추고 해결하고 넘어야
끝이 날지 모르겠다.
나는 지난 달부터 심한 우울증이 재발해서 애를 먹고 있다
견디기 힘들어 바로 병원을 가려고 나서다 주말에 걸려 당황했다
어느 목사님은 전화로 직접 걸어와서 자기가 너무 힘들 때 부르던
찬송가를 울먹거리며 불러주며 위로를 해주셨고
몇몇 사람은 통화와 문자로 나를 격려해주어 간신히 고비를 넘기고 있다
스무고개안에 다 플고 마치지 못하면 실격이다.
인생이야 그럴리 없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후유증을 남기겠지?
부디 어서 이 시험의 기간들이 지나가고 평안한 봄을 맞고 싶다
오늘은 겨울비 같지 않은 쏟아지는 빗줄기 속을 헤치고 병원을 다녀왔다
뭔 이런 겨울비가 다 있나?… 그러다 일기에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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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비 세상과 놀기>
초겨울 비는 아픈 하얀비다
바람에 떠 밀리지 않고
고드름처럼 직선으로 오는 비
가장 친한 친구를 불러
처마 긴 찻집에서 언몸을 녹이며
수증기 감아 오르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
약간은 힘들고 지쳤던 날들
세상이 나를 몰라라 했다.
소원대로는 되는 것도 없이
원치 않는 일들은 몰려오고 쌓이고
그럼...뭐,
나도 세상을 몰라라하고
차 한 잔 마셔야지
햇살 대신 바늘로 내리는
빗방울 하늘을 보며
세상이나 나나 서로
무심해 볼까나?
‘내일이 올라나?
무얼 가지고 올라나?’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 겨울답지않게
마치 여름 폭우같이
비가 내린다… 춥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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