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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도 73 - 큰 기적

희망으로 2022. 12. 24. 20:05

그저 기도 73 -  큰 기적

사지마비가 되어 거의 2년을
큰 나무통 송장처럼 침대 위에서 지내던 아내
어느 날부터 거짓말처럼 손가락 끝이 꿈틀거리더니
어느 날은 귤 하나를 다 뭉개며 까더군요
겨우 한쪽 손가락이 필기구를 끼우다시피 쥘 정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씨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듯 이마에 땀을 흘리며
작은 수첩용지에 간신히 쓴 단어가 이 글자입니다
‘고마워요’
간병하느라 지친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첫 책으로 낸 간병일기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에
출판사는 이 그림같은 글씨를 넣어주셨습니다.
제 마음에는 그보다 더 진하고 깊이 새겼습니다
온 몸이 나무토막처럼 대소변을 남에게 맡기고
떠주는 밥을 먹으며 버티는 처지에 무엇이 고맙다고…
어디에, 언제와 비교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삶은 그렇게 누구는 원망하고 누구는 감사합니다
기적 중 가장 큰 기적은 살아 있음이고
고마워 하며 살 수 있는 것은 더 큰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