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작은 기도

그저 기도 73 - 세상에서 가장 큰 기적과 행복

희망으로 2022. 12. 23. 00:43

‘세상에서 가장 큰 기적과 행복은?’

어느날 갑자기 악몽처럼 들이닥친 ‘희소 난치병’에 걸려
사지마비가 되어 거의 2년을 큰 나무토막 송장처럼
아내는 침대에서만 지내야 했습니다.
지겹게 같은 일과를 반복하던 재활치료의 생활중
어느 날부터 거짓말처럼 손가락 끝이 꿈틀거리더니
어느 날은 귤 하나를 다 뭉개며 껍질을 깠습니다
나는 그 귤을 받아 입에 넣으며 눈물을 함께 삼켰습니다

그러던 아내는 또 다른 꿈틀거림을 시작했습니다
어느날부터 한쪽 손에 필기구를 끼우고 묶어 움직이더니
손가락 사이에 쥘 정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씨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듯 이마에 땀을 흘리며
작은 수첩용지에 간신히 몇 글자를 썼습니다

‘고마워요’

간병하느라 지친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힘을 쓰느라 벌개진 얼굴에 땀범벅인 아내는 말했습니다
첫 책으로 낸 간병일기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에
출판사는 이 그림같은 글씨를 넣어주셨습니다.
제 마음에는 그보다 열배 백배 더 진하고 깊이 새겼습니다
온 몸이 나무토막처럼 되어 대소변을 남에게 맡기고
떠주는 밥을 먹으며 버티는 처지에 무엇이 고맙다고…

사람들이 감사와 원망을 선택하는 갈림길은
어떤 사람, 어떤 상황, 언제와 비교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삶은 그렇게 같은 일도 누구는 원망하고 누구는 감사합니다
기적 중 가장 큰 기적은 사랑하는 이들 곁에 살아 있음이고
그 자체만도 고마워 하며 살 수 있는 것은 더 큰 기적입니다!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밖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평안을 누리는 아름다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