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알아요? 더 좋은 일이 있을지’
느닷없이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 엄마를 봅니다
낮에 특별한 무슨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
형제들에게 연락이 온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혹시 명절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 속에서 부른걸까요?
그리움 보고싶은 마음이 작은 파도처럼 일렁거린걸까요?
부모님을 꿈속에서 보는 날이면 작은 후회가 떠오릅니다
‘좀 더 시간을 내서 좀 더 곁에서 다정히 대해드릴 걸…’
두 분이 다 마지막을 암으로 투병하다 떠나셔서
그 시간에 끌어 안고 사신 마음의 무게가 안쓰럽습니다
아버지는 생전 엄마를 늘 몰아세우셨습니다
잘 안풀리는 삶의 분노와 불안들을 엄마에게 쏟으며
엄마는 마치 죄인처럼 그 감정들을 받고 또 받으며
죄명도 모른채 벌을 받으시며 살았습니다
대장암 말기로 돌아가신 마지막 시절은 더 했습니다
그때는 없던 위암을 나중에 선고받은 엄마는
분명 그 괴로움이 원인이 되었을 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가 아버지가 돌아 가신 후
마음도 편하고 자유를 얻으셔서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야 평생 엄마가 든든한 지팡이고 만만한
해소용 친구니 백번 천번 엄마가 필수였겠지만
엄마는 아버지에게 그런 마음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어느 명절에 아버지 산소에서 그랬습니다
‘나도 데려가요! 너무 외롭고 힘들어요!’ 라고 울었습니다
평생을 시달린 엄마의 가슴속에 그런 의지가 있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부부의 의존관계, 추억들이 있었습니다
내 눈에 비친 부모의 분위기, 평가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나와 아내의 사이는 어떻게 보일까요?
부디 정만이 아닌 신앙의 동지로, 사랑의 세월로 보이기를…
14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보낸 병원을 퇴원합니다
어떤 점에서는 재활요양병원에서도 환자의 자격이 없어
밀려나는 단계일수도 있어 한편 서글프기도 합니다
재활운동치료를 감당못해 자꾸 줄고 그것도 못해서
그냥 비운 채 넘어가는 시간이 눈치가 보였습니다.
화장실도 머리감기도 벅차고 쓰러지고…난감했습니다
어느 분이 퇴원 이사짐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에
순간 ‘무슨 집 이사도 아닌 병원 퇴원에?’ 웃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실상은 이삿짐이 맞았습니다.
사계절을 다 살기 위해 필요한 옷과 물품을 끌고 다녔습니다
집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병원용품은 다 있어야 했지요
실재로 그렇게 십수년을 살아냈고 끌고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거의 집 이삿짐과 다를 바 없네요 ㅠ
코로나로 병원 출입이 통제되면서 더 살림이 늘었습니다.
차를 거의 창고처럼 사용하면서 계절마다 교체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인 집으로 들어가는 순서일까요?
여러 닥칠 일과 적응해야할 살림, 혼자 감당할 부담감으로
잠을 설치며 새벽부터 일어나 앉았습니다.
요즘 이석증이 점점 심해져 돌아 뒤척이는 것도 괴롭습니다
빙빙돌고 속이 울렁거리며 캄캄한 공포감이 몰아칩니다.
그래서 그냥 일어나 버티는게 오히려 덜 합니다
돌이 빠져서 그렇거나 전정기관 염증, 혹은 스트레스로
발생한다는데 만만치 않습니다 그 불편과 눕는 시간이…
하지만 이 모든 일에도 뒤끝은 아무도 모릅니다.
요셉이 애굽으로 팔려가고 노예가 되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힐 때 얼마나 암담한 불행입니까
그럼에도 그 일 다음에 연결되는 관리와 만남,
애굽의 총리가 되어 모든 흉년의 백성을 구하고
부모와 형제들을 사지에서 구하는 축복의 시작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신비이고 은총입니다.
우리에게도 새옹지마나 전화위복보다 훨씬 놀랍고
차원높은 하나님의 반전의 계획들이 기다릴지 모릅니다
인생의 모든 불행 고난에도 불구하고 그 끝은 언제나
하나님을 만나고 평안의 세상에 들어가는 해피엔딩이니까요!
그러실거라 믿으며… 이 새벽을 고스란히 뜬 눈으로 만납니다
밝아지는 여명을 졸린 수면부족 무거운 몸이라도
마음만은 기대와 감사로 나비처럼 가벼워지기를 빌며…
‘누가 알아요? 더 좋은 일이 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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