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라! 꿈이 야무지다...>
‘딩동!’
핸드폰에서 알림 소리가 들려서 보니...
‘여행자금모으기 ㅇ만원이 인출 되었습니다!’ 문자가 왔다.
나는 통장관리와 송금을 쉽게 해주는 은행어플 ‘토스’을 사용한다.
아무래도 병원에 사는 사람이 수시로 입출금 송금을 하러 나가기 불편하고
폰 송금이나 인터넷뱅킹도 번거로워 편리하다는 이유로.
그런데... 이 어플에 날짜를 정해주면 매달 같은 날 얼마씩을 떼어
자동으로 모아주는 기능이 있다.
살림장만 목적, 자녀 결혼준비금 준비, 또는 내가 하는 여행비용 모으기 등.
나중에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이런 말 하기도 좀 안 편하지만
혹시라도 아내가 먼저 나를 떠나고 혼자 남게 되면 여행을 좀 하고 싶었다.
긴 간병의 생활로 갇혀지낸 보상도 하고 홀로 남은 마음 달래기 겸...
그런데 갑자기 그럴 비용이 뚝 떨어질 수 없는 가난한 형편이 걸렸다.
그래서 이 어플의 기능을 이용해 매달 몇 만원씩 ‘여행자금모으기’ 를 시작했다.
사실 조금만 형편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정해놓고 잊어버리고 살면
아마도 몇년 후에는 자기도 예상안하고 지내다 공돈처럼 마주칠 기쁨이 된다.
그렇게 시작한 지 벌써 5년 가까이 지났다.
그럼... 얼마나 되었을까? 그 여행자금모으기 잔고가?
아쉽지만... 그 계정의 잔고가 겨우 십만원이다 ㅠ
뭐가 잘못 된 걸까? 아니다. 불과 몇 번을 넘기지 못할만큼
계속 그 돈을 도로 찾아와야만 하는 살림을 벗어나지 못한다.
눈치 빠른 분은 알것이다. 옆 메뉴에 ‘송금’ 이라는 버튼을 보면.
그걸 누르면 빠져나갔던 통장으로 도로 환불! 말짱 꽝 헛일이 되는 거다.
이러다 몇 년 지나 정말 혼자 남는 그 날이 와도 어쩌면 빈 통장이 될 게 뻔하다.
꼴랑 그거 하나 푹 잊고 냅둘 형편이 못되는 내 처지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새가슴 좁아터진 불안함과 인내심 부족한 내 그릇도 참 딱하다. 에휴...
그래도 그냥 매달 같은 날 조금씩 계속 반복하며 자동인출이 되게 둔다.
그거라도 마음을 위로하고 꿈도 꾸어보는 기능을 해주니 한편 고맙고 필요해서.
누가 옆에서 이런 나에게 가소롭다고 한 소리 하는 듯 하다.
“아서라! 꿈도 야무지다” 라고....
좀 그렇지요? ㅎㅎ
202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