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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라! 꿈이 야무지다

희망으로 2021. 7. 25. 17:12

<아서라! 꿈이 야무지다...>

 

‘딩동!’

핸드폰에서 알림 소리가 들려서 보니...

‘여행자금모으기 ㅇ만원이 인출 되었습니다!’ 문자가 왔다.

나는 통장관리와 송금을 쉽게 해주는 은행어플 ‘토스’을 사용한다.

아무래도 병원에 사는 사람이 수시로 입출금 송금을 하러 나가기 불편하고

폰 송금이나 인터넷뱅킹도 번거로워 편리하다는 이유로.

그런데... 이 어플에 날짜를 정해주면 매달 같은 날 얼마씩을 떼어

자동으로 모아주는 기능이 있다.

살림장만 목적, 자녀 결혼준비금 준비, 또는 내가 하는 여행비용 모으기 등.

나중에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이런 말 하기도 좀 안 편하지만

혹시라도 아내가 먼저 나를 떠나고 혼자 남게 되면 여행을 좀 하고 싶었다.

긴 간병의 생활로 갇혀지낸 보상도 하고 홀로 남은 마음 달래기 겸...

그런데 갑자기 그럴 비용이 뚝 떨어질 수 없는 가난한 형편이 걸렸다.

그래서 이 어플의 기능을 이용해 매달 몇 만원씩 ‘여행자금모으기’ 를 시작했다.

사실 조금만 형편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정해놓고 잊어버리고 살면

아마도 몇년 후에는 자기도 예상안하고 지내다 공돈처럼 마주칠 기쁨이 된다.

그렇게 시작한 지 벌써 5년 가까이 지났다.

그럼... 얼마나 되었을까? 그 여행자금모으기 잔고가?

아쉽지만... 그 계정의 잔고가 겨우 십만원이다 ㅠ 

 

 

 

뭐가 잘못 된 걸까? 아니다. 불과 몇 번을 넘기지 못할만큼 

계속 그 돈을 도로 찾아와야만 하는 살림을 벗어나지 못한다.

눈치 빠른 분은 알것이다. 옆 메뉴에 ‘송금’ 이라는 버튼을 보면.

그걸 누르면 빠져나갔던 통장으로 도로 환불! 말짱 꽝 헛일이 되는 거다.

이러다 몇 년 지나 정말 혼자 남는 그 날이 와도 어쩌면 빈 통장이 될 게 뻔하다.

꼴랑 그거 하나 푹 잊고 냅둘 형편이 못되는 내 처지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새가슴 좁아터진 불안함과 인내심 부족한 내 그릇도 참 딱하다. 에휴...

그래도 그냥 매달 같은 날 조금씩 계속 반복하며 자동인출이 되게 둔다.

그거라도 마음을 위로하고 꿈도 꾸어보는 기능을 해주니 한편 고맙고 필요해서.

누가 옆에서 이런 나에게 가소롭다고 한 소리 하는 듯 하다.

“아서라! 꿈도 야무지다” 라고....

좀 그렇지요? ㅎㅎ

 

202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