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걸러 아침마다 하는 일과, 아내 머리 감기기.
어쩌다 들르는 딸은 약하게 치매가 든 엄마와 마냥 호호 깔깔 다정하다.
새로 사온 옷에 달고 맛난 과자에 용돈까지, 입이 싱글벙글해진 엄마는 마냥 칭찬이다.
“얼굴이 좀 야위었네... 다음엔 영양제 사드려야겠네. 입맛이 좀 나야할텐데...”
틀린 말 없고 하는 짓마다 칭찬 들을 만한데, 며느리는 어딘가가 불편하다.
가끔 명절이면 보는 드라마의 한 부분 같기도 하고, 병원에서 종종 보는 풍경이기도 하다.
“야, 이년아, 왜 밥 안줘!”
“또 음식이불속에 감춰서 상했잖아요, 이게 뭐예요! 이러지 마시라니까...”
그렇게 며느리는 치매 든 시어머니와 날마다 싸우고 때론 지쳐서 미워진다.
그러다 불쌍한데 감당 안 되어 또 미안해지고,
- 아내 머리감기기는 계속 된다. 샴푸 거품을 박박 문지르면서.
“어쩌다 오는 딸은 생색나고, 허술한 부분을 콕 집어서 한마디 하고 가면 되고,
날마다 24시간 살면서 싱갱이하는 며느리는 잘해도 욕먹고 얼마나 힘든지 알아?“
“...........”
“얼굴만 좀 빠져보여도 험, 옷이 조금만 낡아도 싸늘해지는 눈빛, 날마다 살면서 어떻게 맨날 고운 말만 하고, 맘에 들게만 하면서 살아? 그건 너무 심한 요구야!”
“...........”
“정작 험한 순간이 닥치고, 말 못할 난처한 때는 뒤치다꺼리 다 하는 며느리가 제일 고생인데”
- 아무 말 없는 아내, 머리에 헹구는 물 쏟아지는 중이라,
“왜 말이 없어? 아하, 못 알아들었구나!”
“아, 옆 병동의 치매 든 시어머니와 간병하는 며느리 이야기 하는구나, 그랬지?”
“내 이야기야! 그 며느리가 나라구! 힘들다고 조금만 소홀히 하면 푹! 고개 숙이고 서운해 하고, 지쳐서 한숨 쉬면 불안해서 등 돌리고 하는 당신은 시어머니 같고! 흐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상생활은 며느리가 감당하고, 어쩌다 생색나는 것만 하는 딸은 남들에게 칭찬 듣고...
하지만 진짜 정들고 서로 고마운 것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다. 숨질 때 손잡고 진심으로 고맙다 소리는 며느리에게 해줘야 당연하고, 그 밉고 힘들던 시어머니 생각에 남모래 뒤 돌아앉아 서럽게 통곡하는 건 딸이 아니고 며느리다.
고생을 같이 비비고 섞어 먹어가며 24시간 일상을 보내는 곁의 사람들을 소중히 알아주어야 한다. 정말 귀한 것은 필요하기도 하고 기쁨을 주는 보너스가 아니라, 달마다 생존을 해결해주는 필수적인 월급이라는 사실처럼!
가족은 그런 거다. 받고도 한숨 쉬지만 없으면 못 사는, 달마다 들어오는 월급! 부럽기만 한 남들의 멋진 스타일은 없어도 살 수 있는 보너스 같은 것이라는 사실, 그러니 비교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서로 격려하며 살자!
(사실은 아픈 아내가 원망스러워 미워하다가 찔려서 내가 나에게 하는 소리였다.
그렇게 소중한 아내고 가족인데 건강한 남의 집 아내들하고 비교하다가 미안해져서...)
* 사진은 ▲ 영화 '소중한 사람' 포스터 - 가족을 어디까지 돌볼 것인가? 기억의 끝까지 같이 가줄 '소중한 사람'이 당신에게도 있습니까? 질문을 남기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