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건 가는 게 아니라 서 있는 것?>
산다는 건 어딘가로 끝없이
걷고 걷고 또 걸으면서 가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고행’이라고도 하고
잘 사는 걸 ‘순항’이라고도 하나보다 그랬다.
그런데 가끔 그저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있는 자신을 느낀다.
그렇게 서 있는 나를 통과하는 것들,
시간, 계절, 사람들, 행운, 슬픔...
내가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는 존재라면,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게만 가면서 살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
무수히 많은 원치 않던 것들과 기대도 못했던 것들이
나를 때리고 쓰다듬고 지나가더라.
종종 핀트가 맞지 않거나,
맞이하고 보내는 준비가 되지 못했을 때는 고생 깨나 한다.
덩그마니 남는 벌판의 벌거숭이 입석이 된다.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음에도 꽉 차는 고요함 외로움...
분명 사람은 가만히 벌판에 서있는 존재가 틀림없다.
분주하게 아는 척하고 살 때의 열정도 지나가고
잊혀진 사람처럼 무기력해질 때 탈출도 안 되는 미동의 존재
오늘도 나무도 아닌 것이 나무처럼 들판에 서서
등 뒤로 도망 가버린 어제와
슬슬 곁에 와서 툭 건드리는 오늘과
기필코 몇 시간 후에는 나를 버리고 갈 것이 뻔한 상처를 예감하면서도
눈길을 떼지 못하고 애원하며 꼼지락거린다.
나는 나무가 아니야!
나는 가고 싶다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그 비명을 고스란히 들으며 누가 계속 곁에 서 있었다.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별나게 뭘 하지도 않으면서,
모두가 지들 맘대로 오고 가면서 상채기만 남겨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저 곁에 머물러 주는 그 무엇!
누구는 그 다행스런 존재를 친구라 하고
누구는 가족, 연인이라 한다.
내게는 변치 않는 분,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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