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추석 전에 이런 글을 올리셨습니다.
병든 아내를 돌보던 목사님이 결심을 하셨다고,
같이 돌보던 두 간병사 분이 모두 그만두시겠다고 하셔서 감당하기가 힘들답니다.
한 분은 몸이 아파서, 또 한 분은 다른 일을 하셔야 한다고, 동시에 그만두신답니다.
물론 간병을 하실 분을 또 구하면 되겠지만 다른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많이 지치고, 이제 목회도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많이 지치셨을 겁니다.
병원이 아니면 힘든 뇌경색 전신마비환자를 가정집에서 석션과 욕창치료를 해가면서,
8년이 넘도록 세 자녀를 키워 오신 세월이 무리였을 겁니다.
개척해서 초기부터 교인들의 묵인과 기다림 속에 견뎌온 세월도 목회자로 빚진 마음 만만치 않을 것이며, 온갖 행동의 제약으로 묶여서 산 갑갑함도 얼마나 크겠습니까.
하나님의 동행과 도움, 위로로 늘 고개만 넘으며 산 세월도 이제는 막바지에 왔습니다.
남들이 신앙의 이름이나, 지아비의 사랑으로 강요하기 힘든 시점에 왔는지도 모릅니다.
아내는 그 결심과 선언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합니다.
오기도 하셨고, 초대를 받아 가서 그 아픈 사모님을 보기도 했고,
책으로 나온 3권의 투병, 간병, 생활이야기들을 다 보며 동지 같은 심정으로
기운을 내던 참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아무도 손가락질 할 수 없고, 더 이상 집에서 돌보기가 어려워지는 마당에,
아이들은 점점 더 부모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데 사랑만으로,
믿음만으로 살라는 말 가혹합니다.
누군가는 손길을 돕고, 누군가는 그 간병의 비용을 돕고,
누군가는 괴로움과 외로움을 나누고 위로해주어서 지금껏 왔습니다.
그런데 그 손길들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아내의 가족들은 또 다른 시각으로 치료를 끝없이 주장하여
오래 갈등을 가지고 지내왔는데 그 힘든 마음도 원인이었던 같습니다.
아픈 환자 당사자의 괴로움은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 걸까요?
가족 된 우리의 수고는 언제까지 모든 걸 포기하고 순종하고 살아야 할까요?
머리로는 죽을 때까지 가고,
바라는 믿음의 고백으로야 이까짓 세상살이 성공이나 실패나 종이 한 장이라고,
무시하며 살아보지만 몸에 와 닿는 세상의 바람은 24시간 1440분,
항상 바늘 끝 같이 따갑고, 5년 365일씩 1825일이 넘도록 목마름입니다.
아내는 그래서 불안하고 가슴이 허전해지나봅니다.
남편이 어디까지 끌어안고 살아가줄지, 언제 다른 방법으로 살 길을 옮길지,
그런 보이지 않는 내일이 몰려오나봅니다.
애쓰고 눈물 많이 흘려도 안 되는 일도 있고,
가다가다 지치면 더 못 간다고 주저앉아 다 포기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나도, 아내도 누구도 모릅니다.
그래도 하나 마음의 위로로 삼는 것은 그 과정을 지켜보고 계실 하나님 입니다.
그 모든 일에 개입을 하시거나 안하시거나 어느 날에는 문 앞에서 만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별 중요하지도 않고 지나간 흔적이 되어버릴 그 날,
반가울지 원망스러울지 모르지만 그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나쁜 남편도 미안한 아내도 더 이상 되지 않고 상관없을 그 날,
수고하고 애썼다고 말해주실 하나님을 만나는 그 날만이
이 불편하고 불안한 세상에서 바라보이는 희망이고 위로가 됩니다.
명절도 끝나가고,
우리의 부모님들이 연로하셔서 멀지 않아 우리를 떠날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우리도 서로 떠나고, 자녀들도 자기들의 길을 열심히 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떠나갈 것을 생생히 예상합니다.
부디 그 날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그 날까지 부실하지 않게 살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지만 열심히 오늘이 마지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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