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오늘’만 반복된다면? - 영화 ‘사랑의 블랙홀’>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는 날마다 새벽 6시면 ‘오늘’만 반복된다.
어떤 일이 있었던 모두 원상태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된다.
그러기를 하루 이틀, 한달, 두 달 수도 없이!
다만 딱 한사람, 주인공 자신만이 그 반복되는 과정의 기억과 진행을 오로지 기억한다.
그 미칠 것 같은 반복, 아무도 같이 공유하지 않고 몰라주는 고립감,
죽기를 작정하고 차를 타고 담을 들이받고 절벽에서 굴러 폭발하고
무슨 짓이던 다해보지만 결코 죽는 법이 없다.
새벽 6시 알람시간과 함께 침대에서 눈을 뜨고,
자기만 빼고 똑같은 하루가 또 시작을 한다.
사랑도 기껏 공을 들여 보지만 원점으로 돌아간다.
조급해져서 수작을 부려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리한 액션으로 맞는 따귀 뿐...
마침내 주인공은 회심을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 메마르고 불평 투성이고 자기 우월감으로 가득했던
생활태도가 변화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기 시작하고,
물론 다음날이면 그들은 기억도 해주지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한다.
그러는 사이 그들에 대해 속속들이 사정을 알게 되면서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또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를 가르치는 선생님조차 음계나 간신히 치는 초보자였던 주인공을 기억도 못하면서
날마다 늘어난 상태의 당일치기 신입제자로 놀라고 기뻐하기만 한다.
마침내 아름다운 연주와 신나는 피아노반주로 파티를 즐겁게하기도하고
사랑하는 여자의 환심을 사게 된다.
열성과 친절은 마침내 사랑하는 여자와의 하룻밤을 보내게되고,
그 처음에는 지옥 같고 , 나중에는 복이 된 무한히 반복하는 ‘오늘’에서 벗어난다.
주인공의 감탄,
“아! 드디어 오늘이 내일이다!”
내일이 없는 무한 반복하는 ‘오늘’이 이렇게 악몽일수도,
기적이 될 수도 있다는 재미있는 영화,
만약 실재로 우리의 인생에도 날마다 ‘오늘’만 있다면?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오늘’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과연 우리는 행복해질까?
아님 주인공처럼 악몽에 시달리게 될까?
어떤 일을 해도 다른 사람과 공유도 할 수 없고 수포로 돌아가는 반복이란
어쩌면 생의 의미도 즐거움도 다 사라진 외로운 저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끝내 저주가 풀려 같이 사랑의 진전을 나눌 여인을 얻었기 때문에
웃을 수 있었지만 그 결말이 없는 지속이라면...
우리는 ‘오늘’ 이나 ‘하루’ 즉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현실에 당하는 고난들, 아픔들,
온갖 외로움 병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 새로운 하루,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수도 없이 노래 부른다.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젊을 때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한 번만 더 기회가 온다면’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좀 달라진다.
슬픔 고통, 가난 불행, 그 어떤 것이던 함께 겪고 함께 기억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내일’로 나가는 게 좋겠다! 라고,
서로 위로하고, 혹 이별의 아픈 기억일지라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아무 것도 기억되지 않고 모두가 몰라주는 ‘오늘’로 반복된다면
고통과 슬픔만이 아니라 기쁨과 행복마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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