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내고 또 퍼내고,
오만가지 염려, 내 주장만으로 가득차있어
천금같이 좋은 소식도, 가르침도 한줌 못 들어오게하는
바보같은 내 속의 모래들을...
비우고 또 비우고,
자꾸만 허튼 욕심으로 세우는 신기루 궁전,
작지만 아름답고,
알아주지 않지만 꼭 필요한 사랑을
온갖 핑계로 외면하게 만드는
독한 연기같은 내 심보들을...
내려놓고 더 내려놓고,
수십년을 해보고 당해보고도
그러고도 손에 꼭 움켜쥐고 땀빼는 미련.
오늘 숨쉬는 이것도
예정없는 시한부 선물임을 모른다 우기며
반 쯤 눈감고 반 쯤 두려움으로 떠는 불쌍한 목숨...
목마르고 자꾸 목마르고,
온몸을 마른 먼지처럼 팍팍하게하는 평안없는 갈증
에바다! 한마디에 봉사 번쩍 눈뜨듯,
죄없는자 먼저! 한마디에 돌무덤 피한 간음녀 통곡하듯
생수를 만나 펑펑 울고싶은
그런 구원을 향한 목마름...
가을 밤이 깊어가면
몽유병걸린 사람처럼 뒤치락 거리며 하는 몸부림
퍼내고, 비우고, 내려놓고,
그래도 목타는 갈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