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작고 사람은 크다...
주말드라마에서 오리농장 안주인인 김자옥이
10년 만기후 돌려준다는 농장계약서를 훔쳤다가 들켰다.
아들은 왜 훔쳤냐고,
왜 빨리 안돌려주었냐고 큰소리로 호통친다.
형사가 직업인 아들이 객관적으로나 사회적으로야
얼마나 이치에 맞는 야단일까?
그런데 그 엄마는 돌려줄 농장인지 모르고
돌 골라내고 풀 뽑고,
십년을 땀과 눈물 쏟아가며 일했다.
그리곤 생판 날벼락처럼 농장을 돌려주고
빈손으로 나가야된다는데,
눈이 돌고 마음이 갈라지지 않았을까?
돌려준다는 각서를 감추어야만 할 처지가 되었다.
죄는 맞고, 벌 받아야할 일 맞지만,
그마음 좀 이해해주면 안되었을까?
그냥 코너에 몰리고 무너지는 마음 그냥 안아주고
이해한다고 말 한마디 해주었으면 안될까?
받아야할 벌이나 책임이야 진다고 하더라도...
세상엔 그런 일 수두룩하다.
죄는 미워도 그 죄보다 사람은 더 귀한 경우가...
둘째아이가 어릴때 초등학교 1학년인지 그쯤,
날마다 새 장난감이나 먹을걸 가지고 왔다.
돈도 주지 않았는데 어디서 생겼는지 물으면
늘 친구가 주었다, 얻었다, 사주었다 그랬다.
어느날 엄마가 작심을 하고 아이를 캐물었다.
딱잡아떼는 아이를 끌고 경찰서로 데려준다고 집을 나섰다.
거짓말하고 훔쳤을지도 모를 아들과는 같이 살수 없다며,
그날 눈이 종아리까지 쌓일만큼 많이 왔고
집에서 면소재지 파출소까지는 맑은날도 한시간은 걸리는
십리길이었다.
큰소리치고 자신있게 가자고 나선 아이도
정말 파출소가 점점 가까워지자 겁이 덜컥 났던가보다.
엄마에게 싹싹빌고 다시는 안그런다고 약속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자세한 자백의 내용은 그때도 지금도 모르고,
다만 잘했다, 고소하다 생각했던것만 마음에 남았다.
자꾸만 걸린다. 눈물범벅이 되어 눈에 젖어 돌아온 아들을
한번 품에 꼭 안아주지도 못하고,
괜찮다, 그래도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해주었다.
참 미안하게...
죄는 작고 아들은 그보다 얼마나 귀한 사람인데...
막내 남동생 결혼식 때다.
고향이자 직장이 있는 경주에서 결혼식을 하고,
형제들이 모두 잘곳이 마땅치않아 보문단지 콘도에 묵었다.
피로연겸 오랫만에 가족들의 단합대회처럼 보내기로하고!
밤늦게 모든 형제식구들이 보문단지로 나가 먹고 노래방도 가고
그렇게 재미있게 보냈다.
나만 힘드신 어머니를 모시고 숙소에서 머물렀다.
잠든 아이들과 조카를 보면서 그냥 쉬기로 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조카 하나가 자다가 깨서 울기 시작하는데 막무가내였다.
업고 안고 달래보고 별 수단을 해도 그치지않고
콘도가 떠나가라고 울어제껴서 애를 먹었다.
오기로한 예정보다 한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지나고...
전화는 안받고, 어머니도 잠을 못자고 들락날락하고,
그러다 많이 늦어서 전부들 우루루돌아왔다.
나는 너무나 속상하고 화가 나는데
형제들이나 제수씨들에게 퍼부을수도 없었다.
애꿎은 아내에게 얼마나 심하게, 모멸차게 퍼부었는지...
생전에 전에도 이후에도 그렇게 심하게 몰아부친 적이 없었다.
눈물을 닭똥같이 뚝뚝흘리며 울어대던 아내,
어쩌다 사정이 집안의 맏며느리처럼 경조사를 늘 챙기다가
모처럼 잔치 뒤에 긴장이 풀린 외출이라 그랬을거다.
다른 식구들이 내 눈치를 보느라 싸늘해진 분위기...
지금도 잊지못할 미안함으로 그때 미안했다,
중간에 사과를 하고 기억을 마무리 할 정도니,
왜그랬을까?
그리 모질게...
나 많이 힘들었다. 좀 일찍오지!
그러면서 이제 좀 애들 달래! 그러고 말껄...
실수는 작고 평생을 같이 살아야할 아내는 몇배는 귀한 사람인데,
죄는 작고, 사람은 크다...
기억도 못할만큼 숱하게 많이,
그런 야무진 말을 하고 살았다.
경우에 맞는 말을 싸가지없이 퍼붓는 냉정한 사람,
앞으로는 가능한 안아주고 사람을 놓치지 않았으면...
예수님이 간음한 여인을 불쌍히여기고
다시는 그런 죄를 짖지마라 하시며 보낼망정
매부터 능사로 들지 않았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