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비가 오고 있습니다.
유리창에 맺혀 구르는 빗방울을 보는 순간
돌탑처럼 딱딱하고 날카롭던 맘속 무언가가
얼음녹듯 녹아버립니다.
무엇이 그렇게 응어리졌었는지...
친구처럼, 연인의 손길처럼 따뜻하게
그렇게 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침입니다.
사람은 흙으로 만들어진줄 진작에 알면서도
가끔씩 메마르고 팍팍해질때면
마른 먼지 펄썩이며 목이 마릅니다.
사는게 늘 가뭄같기도하고
때로는 지나친 비바람 폭풍처럼 몰려오는게 무정합니다.
이래저래 보드러운 흙으로 살기엔
자주 세상이 힘들게 합니다.
눈에 띄지않는 어떤 구석이나
남에겐 들리지 않을만큼 떨어진 들판에라도 가서
엉엉 울고싶은 맘이 목까지 차오를 때면
지금까지 열심히 먹은 나이도 아무 힘을 못씁니다.
사랑으로만,
한번도 매는 고사하고 모진 소리 한적없이 사랑으로 키운
아이도 스스로 무게를 못줄이고 방황하는 바람에
나를 힘들게 하고,
오래 숨쉬는것조차 조화를 맞추어 온 아내도
자기를 견디다못해 버거움이 넘쳐 나를 힘들게 합니다.
하기사 나도 나를 감당못하는데...
새벽부터 내리는 비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참아라! 위로도 없고,
못난 사람! 타박도 없고,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그저 내려옵니다.
저도 대꾸도 하소연도 없이 그저 바라봅니다.
이 비를 저 하늘에서 뿌려주시는 분은
필시 하늘 아버지가 틀림없을거라 속으로 눈치채며
아무도 모르게 슬쩍 슬쩍 무심한듯 바라보며
아내를 밥도 먹이고 세수도 시키고
그리곤 몸속에 갇혀있던 눈물을
비처럼 음악처럼 조금씩 몸밖으로 내보냅니다.
마치 쇼생크탈출의 흙무더기를 바지단에 넣어서
운동장에 조금씩 버리던 죄수들처럼...
아무도 모릅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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