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빈 털털이에 눈물만 남아도 반기는 주님....

희망으로 2010. 2. 3. 01:14

열네살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돌며 추운 날 배고픈 날도 다 건너게 하시고

못배워 가슴 치며 한숨 쉴 때 길도 열어주셨잖아요.

사막 같고 한 밤중 같은 외로운 세상 못 견딜 때 배필도 주셨잖아요.

 

먹고 사는 욕심에 시간 다 빼앗기고 심신이 지쳤을 때 쉬게하시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게 소원이다 노래부르니 시골로 보내주셨잖아요.

예쁜 딸이 필요해요 떼쓰니 하늘 선물도 주셨잖아요.

 

이제 더 부족한게 없으니 공연히 심심하고 지루해졌나봐요.

남의 말마다 시비걸고 남의 탓만 입에 쓴뿌리 처럼 달고 살았네요.

때로는 젊은 여자 몸만 보면 내것 처럼 가지고 싶은 욕심도 났어요

 

잘못했지요. 그렇게 변해가는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하루 이틀 보내고 일녕 이년 보내버리는게 아니었어요.

늘 상 핑계만 대고 아내의 기도를 늘리고 눈물만 빼는게 아니었는데...

 

그래서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랑하는 딸 생일날 부터 거두시기 시작했나요.

덜컥 목이 고장나고 허리가 망가지고 팔다리를 멈추게 하셨으니,

나도 아닌 아내의 몸에 형벌을 주심은 더 큰 고통이 될줄 몰랐어요

 

온 몸을 마비시켜 통증으로 밀어 넣으시고 대소변을 막아 버리실 때야 겁이 났어요.

죽지도 못하게 캄캄하게 만드신 이유를 그때는 몰랐어요.

차라리 내몸에 생겼으면 지고 옥상으로 올라가든지 물로 들어갔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약해빠지고 두려움만 가득 찬 빈 껍질 몸뚱인줄 진작 아셨나요?

눈 앞에서 신음하고 울부짖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어디로 숨을 수도 없었어요.

그걸 아시고 그 많은 계획들을 순서대로 하신건가요?

 

하루도 다리뻗고 잠도 못자게 하시고

하늘 없어도 살것 같던 작은 집도 팔아 치우게하시고 직장도 거두어 가셨죠

눈에 넣고 다녀야겠다며 집착한 딸도 사계절을 넘기도록 팽개치도록 만드셨으니...

 

철마다 보따리 풀고 싸면서 병원을 떠돌게 하시고

재발 할 때마다  죽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를 뼈에 새기도록 잊지 못할 만큼 알게하시고

빈 주머니 빈 뱃속을 날마다 확인하며 사는 날들을 지나게 하셨어요.

 

그럼에도 고맙다고 할 수 밖에 없네요.

돌아보면 자꾸만 작아지고 발아래 업드려 울고 싶도록 만드셨어요.

.

평생 한 번도 경험 못한 죽음의 바닥에서 손잡고 일어서는 평안의 경험을 주셨으니!

지난 세월 숨기고 뻔뻔하게 안고 가던 미안하고 부끄러운 행동 다 본인들에게 사과하게 하셨으니!

단 한번도 길로 쫏겨나 망신 당한적 없도록 필요한 비용을 채워나가셨으니!

 

사는게 죽는것 보다 힘들어도 죽는 두려움을 소망으로 바꾸시고 기다리게 하셨으니!

부족해서 불행하다고 하던 세상 탐욕을 귀찮다 스스로 정리하고 가볍게 느끼게 하셨으니!

아이들이 우리 소유가 아님을 뼈저리게 알게하시고 지난 날을 사죄하게 하셨으니!

 

언제 제 속에 아내의 똥을 손으로 만지면서도 밉지 않고 오히려 사랑스럽게 보는 맘이 있었던가요?

언제 제 속에 내일이나 다음 달에는 죽을지도 모른다 하면서도 받아들일 여유가 있었던가요? 

진정 제가 무엇이길레 주님께 이런 복을 받아도 되는지 감사하기만 하네요.

 

지난 몇십년의 불평들을 모으면 제 무덤을 몇개도 만들고 남을텐데

남에게 상처 준 미운 말 세상 탐욕을 위해 빼돌린 당신께 갈 재물 갚을 길 없는데

숱한 욕정을 위해 사용한 눈을 빼고 손발을 잘라도 몇번을 해야 할지 셀수도 없는데...

 

내일은 또 직선으로 못 걷고 삐뚤 걷게 될지도 몰라요

원래 쉽게 잘 안고쳐지는게 나쁜 습관이잖아요.

그러나 기를 쓰고 후다닥 돌아올께요. 기다려주세요.

 

감사의 주님, 변함없이 동일하신 주님!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함께 해주시니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찬양을 받으실 주님!

나는 주님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