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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마음 2

희망으로 2023. 9. 1. 21:39


‘두 가지 마음 2’

‘두 가지 마음’이라는 글을 올리고
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아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발병 초기에 아내는 이렇게 기도했지요
‘빨리 아픈 몸이 나아서 가족들 곁에 살게 해달라고’
그리고 병이 심해지고 중환자실을 들락거리며
여기 저기 몸의 기능들이 멈추고 통증으로 시달릴 때
어서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가 바뀌었어요
세월이 좀 더 지나 이제는 기도를 할 수 없다고
아내는 결정장애자처럼 말하곤 했어요
아이들을 생각하면 조금만 더 살아서
결혼하고 가정을 가지는 날까지만 버텼으면…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편의 고생과 지친 몸을 떠올리면
이제 그만 떠났으면 싶기도 하다고요

돌보는 나도 두 가지 마음이 오갑니다
아내가 너무 망가지고 힘들어할 때는
그만 먼저 하나님께로 가는 것도 복일지 모른다며
나를 위로하는 합리화를 해봅니다
나조 지치고 때론 나쁜 충동과 도망가고싶은
어두운 얼굴 표정을 아내에게 보이고 말 때는…
그러나 누구도 결정할 권리가 없고
우리 아이들은 헤어질 날이 올 거라고 알아도
헤어질 결심을 감정적으로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두 가지 싸움을 하며 하루씩 삽니다
겉으로 보이는 몸과의 투병과
안으로 무너지는 정신, 슬픔, 신앙 추스리기로…
나도 결정을 못합니다
혹시 나의 숨은 도피 심리가 포장을 하고
아내를 떠나기 바라는 건 아닌지 헷갈리고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자연적으로 오는 죽음은 하나님의 부름이 맞습니다
고달픈 세상에서 졸업시켜주시는 은총입니다
그 이전의 어떤 결정도 사람의 욕심과 이기적 판단으로
내려지는 문제 있는 결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산다는 것은 순종이고 명령이고
세상속에서 수도자로 보내는 일상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