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우체국 가는 길>
눈 내리는 길을 걸어 우체국으로 갑니다
길가의 정자도 벤치도 나무들도 눈이불을 덮고
바람결에 나무가지들이 장난스레 눈을 뿌립니다.
하얗게 쌓인 덤불위 눈을 바라보며 감탄하다
문득 어느 가을이 생각납니다.
수능을 앞둔 고3 딸을 태워 학교로 가는 이른 아침
길가의 단풍들이 너무 이뻐 감탄하는 내게 그럽니다.
“공기중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색소의 변화 어쩌고...”
“딸, 꼭 그렇게 이과스럽게 말해야 하냐? 문과스런 아빠에게 ㅠ”
아마 지금 쌓인 눈에 감탄하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먼지가 몇퍼센트 들어가 있고 단지 습기가 기온 변화 어쩌고...”
그래도 지금 멀리가고 곁에 없는 그 딸이 그리워집니다.
세상 모든 계절과 모든 음식과 단풍과 눈과 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더 그리워지게 합니다.
바람에 날려온 눈이 뺨에 붙어 눈물이 됩니다.
이과스럽게도 차가운 눈이 따뜻함에 녹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