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내 안에 머무는 것들
사진일기74 - 가장 기억에 남는 밥
희망으로
2025. 2. 16. 06:31
‘가장 기억에 남는 밥‘
십대의 끝무렵
서울을 헤매고 살던 시절
신문지국에서 직업배달을 했다
350부 안팎 부수는
늘 지게 짐처럼 등짝 가득이었고
새벽 2시부터 시작 아침 9시에 끝났다
다른 신문은 주 하루는 쉬는데
당시 이 신문은 쉬는 날이 없었다
스포츠신문이 그날 나왔기 때문이다
일년에 딱 하루
신문의날이 유일한 휴무였다
그 지독한 연중무휴 새벽의 삶이란
그러나 보상도 있었다
모든 신문이 쉬는 월요일
유일한 스포츠 신문은 길거리 보너스였다
전 날 큰 경기라도 있는 날은
여기저기서 ‘어이, 신문 하나!‘
바쁘게 현금거래로 부수입이 생겼다
그렇게 추가로 가지고 간
독자모집용 홍보신문으로 판 잡수입으로
광장시장에서 먹은 따끈한 국밥이랑 토스트
내 기억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늘 작은 월급과 학원비등으로 빠듯한 생활중
생기는 부수입은 작은 일상의 기쁨이었다.
비싼 음식도 아니고
멋진 장소의 화려한 식사도 아닌
그 기억이 인생 최고의 추억이라니
어쩌면 행복의 비결은 다른 종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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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74 - ‘가장 기억에 남는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