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숲길은 나의 기도실

희망으로 2022. 10. 26. 19:21

 

‘숲길은 나의 기도실’

 

타박타박 걷는 숲길에 걸음마다

내 많은 감정과 기운을 쏟아놓습니다

한걸음에 후회들과

한걸음에 좌절감들과

한걸음에 분노와 슬픔과

또 한걸음에 미련과 자책도

그렇게 웃고 우는 많은 감정들이

생각과 중얼거림을 통해 입으로 

혹은 온몸을 통해 숲길에 뿌려집니다

이른 아침 티비에서 본 늙은 부모를 모시는

딸이 만든 음식과 말과 얼굴이 떠오릅니다

아주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부족했던 미안함과 고마움이 몰려오고

나의 아이들이 혹시 가질지 모를

우리에 대한 비슷한 마음도 염려가 됩니다

 

지난간 시간에 순간마다 곁에 머무르고 

기억으로만 남긴 사라진 사람들이

그리움이 되고 흔적이 때론 상처가 됩니다

이 모든 부질없을지 모를 사과와

소원과 한탄들이 끝없이 배출되는

이 숲길은 나의 기도실이 됩니다

그럼에도 망가지지 않는 신이 준 선물 

자연은 큰 정화조같고 맑은 샘 같습니다

사람은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못하고

안고 담지도 못할 무거운 짐들을 

다 내놓아도 질식도 않고 들어줍니다

 

어느날에 내가 돌처럼 나무처럼 

더 이상 탐욕의 독기나 상처의 피냄새가 

나지 않을 수 있게 된다면

이 숲 언저리 어디 흙에 묻히고 싶습니다

이 기도실이 나의 안식처가 되어도 좋겠다는 

내 안도감이 평안을 가져옵니다

오늘은 이 숲길을 나가서 별 수 없이

다시 덧칠하며 오염을 차곡 쌓는 

그런 일상을 살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