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사람들, 돌아오는 계절
‘사라지는 사람들’
먼 장거리 병원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새벽밥 먹고 나는 운전하고 아내는 실려서 오가고.
그래도 바깥 나들이는 참 좋습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산과 들의 풍경은
아픈 사람 안아픈 사람 차별없이 느끼게 합니다
붉은 단풍 파란 하늘 흰구름 가을이 설레게 합니다
‘몇번이나 더 할 수 있을까?
아픈 아내에게 하늘이 주는 가을나들이 선물은…‘
한가지 감당해야하는 두려움만 빼면 그렇습니다
오랜 시간 같은 병원을 다니는 동안
알고 인사하던 사람들중 어느날부터 안보이는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른 병과 달라 희귀난치병은 환우회가 있고
모임과 정보나눔도 많아서 서로 안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늘 정기 진료일 보던 이가 안보입니다
한달 두달 여러달이 지나면서 맘속으로 이별을 합니다
아직 완치되는 병이 아닌데 더 이상 안온다면
십중팔구는 다시 볼 수 없는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내 순서도 오겠지? 더는 보지 못하는…’
물론 이게 꼭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일상에서도 주변과 가족에게도 일어나는 법칙이니까요
우리는 늘 누군가를 보내고 새생명을 맞이하며 살았습니다
어느 계절이 한바퀴 돌아서 다시 올 때
이제는 같은 자리에서 같이 보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다음 세상이야말로 우리에게는 영원한 기쁨이고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 참 소망의 나라로 믿는 신앙인들에게도
그 이별은 짧게는 슬픔이고 그리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날은 더 소중해지고
서로에게 이어진 인연과 나눔, 친교는 더 애틋합니다
웃고 사랑하며 지내기도 모자라며 아쉬운 시간입니다
하루는 길고 고단하면서도 일생은 너무 짧고
후회와 아쉬움을 남긴다고 떠나는 분들은 말합니다
이번에도 주어진 가을나들이를 감사로 받으면서
날마다는 힘들다고 서럽다고 투덜거렸지만
이 땅을 마치는 날은 때늦은 후회나 미련없기를
하나님께 도움을 빌어봅니다
‘사는 꼴은 턱없이 모자라지만… 하나님,
그래도 자식인데 이쁘게 봐줄거지요? 헤헤~~’
다만 붙잡는 것은 욥의 고백입니다
[내 일생이 달리는 경주자보다 더 빨리 지나가므로, 좋은 세월을 누릴 겨를이 없습니다. 그 지나가는 것이 갈대 배와 같이 빠르고, 먹이를 덮치려고 내려오는 독수리처럼 빠릅니다. 온갖 불평도 잊어버리고, 슬픈 얼굴빛을 고쳐서 애써 명랑하게 보이려고 해도, 내가 겪는 이 모든 고통이 다만 두렵기만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나를 죄 없다고 여기지 않으실 것임을 압니다 - 욥기 9장 25절~2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