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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살이다! 여전히…

희망으로 2022. 10. 9. 11:44


‘나는 하루살이다’

나는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다
오늘이 마지막날인 생명처럼 산다
물론 모든 재산을 다 물쓰듯 써버리자는
그런 하루살이가 아니다
다시는 다음날이 오지 않을 것처럼
미움을 남기지 않으려 애쓰고
맘속에 하지 못한 말이 없도록 하고
헤어지는 순간마다 다시는 못볼지 모른다며
모든 사람에게 다정히 이별하는
그런 후회없는 하루살이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을 가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하루살이다
할 수 없는 것은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고
미련도 없다는 듯 마음을 비워버리자는
그런 아주 단순한 하루살이다
날마다 밤에 눈을 감을 때면
이 생이 끝나는 생명처럼 감사를 하고
날마다 새 아침이 주어져 눈을 뜨게 되면
모든 도화지가 백지로 시작되는
자동으로 초기화 되는 하루살이다
하루를 살아도 슬픔도 분노도 외로움도 있다
하지만 날마다 그 남은 감정들을
잠들기전에 화목제단에 올리고 불붙여
모두 태우고 재는 바람에 날리고 싶은
소원을 빌며 사는 하루살이다
장래는 말할 것 없고 이틀도 길고 먼
사람들은 그래야 살아 남는다


(14년이 넘는 긴 시간을 오래도록
감옥같이 병원이라는 건물의 한 병실,
그 병실의 침대 하나를 세 얻듯이 빌려
아내를 누이고 난 또 그 환자의 더부살이처럼
간병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그 세월을 수백번도 더 나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하루살이다’ 라고…
그러는동안 나는 시간을 달리 보기 시작했고
사람을 달리 보며 생명의 의미도 달리보고
죽음과 삶의 경계도 달리 보게 되었다
당연히 고통을 짊어져야하는 의무기간도
하루라는 단위로 짧아졌다
덕분에 숨쉬고 잠자고 웃음도 회복했다
내가 하루살이라는 단정은 내게 위로가 되었다)

힘들 때마다 주문을 외우듯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 오늘 하루만 버텨내자!’ 다짐하며 살다 보니 스스로 ‘하루살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근심하지 말라. 오늘 염려는 오늘로 족하다.’는 구절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하루살이도 사랑을 한다. 어쩌면 하루뿐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군더더기 없이 사랑을 한다.
그래서 내일이면 못 만질지도 모르는 아내의 뺨을 만져 보고, 등짝도 주물러 보고, 아픈 다리를 무 같다고 놀리면서도 어루만진다.
날마다 아침이면 사는것이 시작이고, 날마다 밤이면 죽는것과 같은 하루살이.
기쁜 일은 기쁜대로, 슬픈 일은 슬픈 대로 다 두고 잠드는 하루.
잘 해결된 일은 잘 풀린대로, 잘 안된 일은 남겨둔채로 죽는 사람처럼 하루를 수용한다.

- 2013년 낸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책 중에서





“흔히들 '희망'이라는 말을 하면
'내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의 희망은 '오늘'을 향한다.
누구에게나 그러듯
나의 평생도 늘 오늘 뿐이다.
제발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게 해주세요.”

- 2022년 낸 ‘홀로 서는 시간’ 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