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도 31 - 좁쌀반쪽만한 기도라도 변덕없기를
‘좁쌀 반쪽만한 기도라도 그나마 변치않기를…’
“안돼요! 제발… ”
새가슴처럼 쪼그러들어 울먹이며 간절히 매달리다 퍼뜩 꿈에서 깨었다. 그러고도 두근거리는 마음이 진정이 안되어서 한참을 고생했다.
‘이제 재판을 시작하겠다! 각자 산대로 평가할건데 평가 기준은…’
그 뒷말에 아연실색했다. 시중 속된 표현으로 ‘새 되고 망했다! 그리고…피 보게’ 생겼다. 각자 살아온 평가를 하는 것 까지는 놀랄 일도 아니고 이의도 없었다. 그러나 그 기준이 나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살아서 각자가 남들 앞에서 고백하고 기도한 내용을 잣대로 사용한단다. 그러니까 말한대로 그렇게 살아냈는지 비교해서 점수를 매긴다고…ㅠ
세상에… 멋지고 화려한 말을 수도 없이 쏟아낸 나는 어쩌라고? 주로 글을 통해 했고 더러는 기도 시간에 했다. 가끔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도 열변을 토하며 기독교 신자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 했으니, 이제 그걸 어떻게 수습한다지? 에구….
이런 방식인줄 진작 알았더라면 입에 자물쇠채우고 밥 먹을때만 풀어달라며 살 걸…ㅠ 후회는 늘 늦어서 하는 거라지만 정말 후회막심이다. 누가 이럴줄을 알았나. 그런데 궁금해졌다. 나같은 평신도에 수준도 낮은 사람이 이 정도면 수백 수천, 아니 수만명 모아놓고 높은 강단에서, 또는 책과 방송에서 수십년을 금과옥조를 쏟아내신 목사님 같은 분들은 어쩐다냐? 남의 걱정할 때가 아닌데도 걱정이 되었다.
물론 내뱉은 말 그대로 생활로 다 사신 분들이야 어마어마한 점수에 넘치는 금은보화 상금을 받으시겠지만 그런 분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을거라 생각된 것은 그 말대로 살다보면 화려한 성공은 백번은 죽었다 깨어도 못하고, 배부른 살림은 고사하고 가난과 고단함과 갇히고 매맞는 일도 부지기일수도 있다. 하물며 언감생심 화려한 일상을 누리시기는 만만의 콩떡이고 절대 불가능한 모순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과 베드로, 사도 바울 등 누구를 보아도 뻔하고 다들 알지 않나? 후세에 성인 칭호를 받은 사람도 호의호식 누린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걸?
지금 남의 일 걱정할 때가 아니지… 정신이 금방 제자리로 돌아왔다.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구 점수 받는 구경할 여유가 어디 있다고…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말 줄이고 아주 개미 허리, 벼룩 코딱지 만큼만 고백하고 기도하고, 그거나 열심히 죽도록 지키며 살아볼걸. 아니면 한가지 말하고 한가지 실행하고, 또 하나 말하고 그럴걸…
따지고보면 순전히 나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예수를 믿고 뭐든지 말만하면 날마다 행운과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나님을 생판 모를때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그걸 안믿으면 오히려 믿음이 부족하고 의심이 많다고 질책을 받기도 했다. 그러니 자꾸 맞다! 맞다! 그렇게 자신에게 세뇌를 하며 동의를 했지. 그러다보니 점점 말은 화려해지고 뭐든 못할 말이 없어졌지… 그게 순전히 내탓인가?
또 하나님은 무거운 짐은 다 가져가고 우리를 버리지도 굶기지도 않는다고 철썩같이 믿어라했다. 그래서 고난이 오고 가난에 허덕일때는 원망도 했다. 사랑한다면서요? 늘 지켜준다면서요? 그렇게 사랑한다더니 왜 맨날 요모양이래요? 그러며 의심의 눈초리로 중얼중얼 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고난과 가난과 고독도 하나님이 주시는거라고 진작 알려주었으면 원망 안했을지도 모르잖아? 하여간 그랬다고…
세상에! 원인제공은 누가 했던지, 헛소리도 원망도 다 점수를 깎는 기준이란다. 에구! 폭망이다… 너무 로또 대박처럼 달라고만 하면 하나님에게 받을거라고 기대를 안했어야 했다. 어떤 모양의 슬픔도 고난도 나에게는 안올거라는 터무니없는 단정도 안했어야 했는데…
이제 남은 건 자업자득, 내가 뱉은 말에 따른 댓가를 치를 일 뿐이다. 이 상황에 그래도 남은 소원은 내 자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줄 길은 없나? 하는 거다. 성경에 지옥에 간 죽은 부자가 자식에게 전하려고 했던 그 말, ‘나처럼 살다가는 나중에 혼줄난다! 제발 정신차려라!’ 했다던가? 내 자식들이라도 시행착오 안했으면 좋겠다. 꿈속에서 그런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꿈속에서도 등에 식은 땀이 주룩 흘렀다. 잠을 깨서도 오래 가는 걸 보니 되게 혼났나보다. 이 각성이 오래 갈까? 이제부터라도 남은 인생 정신차리고 살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그 근거는 내가 무슨 말하면 우리 아들이 딸에게 ‘아빠 말 너무 믿지마! 나중에 또 달라져!’ 그러며 내 변덕을 흉보던데 그렇게 될 것같아 서다.
불안하다. 제발 변덕없이 새발의 피만큼 작은 서원만 올리고, 행여나 말로라도 죽으면 죽으리다! 그딴 각오는 하지말고 이미 한 기도라도 지키며 살 수 있으면 싶다. 늦었지만 나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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