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그리고 입학…
‘졸업, 그리고 입학’
우리 아파트 옆으로 작은 숲이 하나있고
그 너머로 건물이 아주 예쁜 중학교가 있습니다.
숲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까르르 웃음소리가
여럿 말소리와 함께 단체로 들려왔습니다.
‘이상하다? 방학중이라 학교 안나올텐데 누구지?’
걷다말고 나무 사이로 학교 소리나는 운동장을 보니
세상에! 영하 7~8도의 추운 날씨, 그것도 이른 아침에
여학생들이 겨울 겉옷도 다 벗고 교복차림으로 모여있습니다
스무명도 넘어 보일 아이들이 뭐가 신나는지
웃고 떠드느라 소란합니다!
그러더니 일렬로 줄을 서서… 하나 둘 셋!에 맞춰
하늘로 뛰어 오르는 동작을 합니다.
‘아! 졸업 사진을 찍는중이구나~’
그제야 이 소동의 이유를 알았습니다.
추운 줄도 모르고 모여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는 그 분위기가
어쩌면 겨울 동장군의 냉동 심장도 녹여버릴것 같습니다!
참 좋은 나이고 참 좋은 열정들입니다!
울 딸아이는 초등학교 때 졸업앨범을 시디로 만드는
미션을 자청해서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이 스무명도 안되는 시골 초등학교라
사진으로 만드는 졸업앨범은 한권당 가격도 너무 비싸고
담는 내용도 한계가 있다고 회의로 시디제작을 결정했습니다.
그걸 맡은 딸아이는 몇날을 밤을 세우다시피 했습니다
사진과 행사 동영상, 인터뷰까지 데이터를 준비하고도
사진편집, 동영상 편집 들을 인터넷으로 배워가며 하느라…
나중에 병원으로 가져온 시디를 돌려보며 감탄했습니다.
간직하기도 좋고 언제 어디서도 보기 쉬워 좋았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 학교에서도 칭찬을 들었습니다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사는 아이가 몰두하는 게 좋았나봅니다
중학교는 졸업때 공연을 했습니다.
학교 학생회장을 맡아 아이들 의견을 학교에 전하고
학교 입장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도중에 속도 많이 상하곤 했습니다
공연 사회를 보는 딸아이를 보러 병원에서 외출했던 그날의
애잔했던 감정이 아주 오래 남고 대견했습니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딸아이의 기타연주, 노래와 춤도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때는 학교에서 주는 여러 수상을 받느라
전교생들의 맨 앞줄에 앉은 아이를 2층 부모대기석에서
사진으로 찍으며 미안하고 고맙고 딸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초등학생때부터 생이별로 사느라 한번도 함께 못한 여행을
졸업때 한을 풀듯 아내와 딸과 함께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일찍 과학기술원 합격으로 대학 진학을 결정하고 난 뒤라
마음도 편했고 고생한 고등학교 과정을 위로도 할 겸
평생 한 번 가져본 추억이고 행복했던 여행이었습니다
대학은 좀 더 걸려 6년만에 졸업을 한달 앞두고 있습니다
두 번의 휴학을 하고도 한과목도 낙점 없었고
전 학년을 등록금 장학금을 받아 부담을 줄여준 딸이 고맙네요.
지금은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주립대학 단기연수중입니다
마치고 돌아오면 한 달 뒤 또 다음 단계로 입학을 합니다
언제나 그랬듯 졸업, 입학, 졸업, 입학의 반복입니다.
석사 박사 통합과정의 긴 5-6년 이 학업이 마지막이겠지요?
사회와 세상살이의 새로운 문이 기다리겠지만요
이전처럼 무사히 마치고 또 앞으로 나가주리라 믿습니다
생각해보니 딸만 졸업 입학을 반복하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도 그렇습니다. 학업이외의 과정들에서도.
아픈 아내도 언젠가 이 세상의 삶을 졸업하겠지요?
내 소원은 아내보다 내가 나중에 졸업하는 것이지만…
그건 어느 누구도 장담 못하지요.
부디 아내도, 나도, 또 우리 모두 시간이야 다르지만
반드시 졸업하고 마지막으로 입학하는 하늘나라에
무사히, 여한없이 들어가기를 빕니다.
좋은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이 땅에서는 우여곡절 낙제도 하고 빙빙돌아 졸업하여도
하늘나라 입학만은 기쁘고 자랑스럽게 할수있기를!
걷기를 돌아와 여전히 미어지는 내 맘이 혹시 아내에게 들킬까봐
소리를 줄여 듣는 찬양의 가사가 더 파고듭니다.
‘천국에 가는 길 험하여도 생명길 되나니 은혜로다
천사 날 부르니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