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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사람? 겉으로 드러난 게 전부는 아니다

희망으로 2021. 12. 18. 09:33

‘못난 사람?…겉에 드러난 게 전부가 아니다’

 

“세상에… 아니, 천장에 물이 샌다고 15층에서 뛰어내려 죽었다고?

돌았나? 아님 못난 사람이라 그런가?”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신문과 방송에 아래 같은 기사가 나오고

그 내용만 대한 사람들이라면…

 

‘오늘 ㅇㅇ아파트에 사는 김ㅇㅇ씨가 15층에서 투신해서

사망했습니다.  

이유는 천정에서 물이 새는 것을 비관해서 그랬답니다’

 

왜 안그럴까요? 내가 들어도 그런 말 할 겁니다.

사람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데 그깟 천정에 물이 샌다고

몸을 던져 생명을 끊고 가족과 아는 사람들 가슴에

큰 슬픔과 이해못할 상처의 기억을 남긴다는 건 아니지요

그런데…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고 보이지 않는 사실이 있다는걸

내가 경험해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구나… 얼마나 쌓인 원인들이 있었으면 그럴까?

일어날만한 일이었구나 하는 아픈 공감이 몰려왔습니다.

다른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모르니…

 

저녁을 먹고 치우려는데…

차가운 물이 얼굴에 뚝! 뚝! 떨어졌습니다.

고개를 들어 천정을 보니… 세상에 천정에 물이 가득 차서

천정벽지가 물을 받치고 버티고 있고 풀칠로 붙은 틈으로 물이 새고 

금방이라도 터져서 우루루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이미 아파트 관리실 직원들은 퇴근했을거 같지만

불안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 한 분이 전화를 받았지만 불안했던 짐작대로 

모두 퇴근해서 지금은 조치를 할 수 없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친절(?)하게도 물을 받을 양동이를 아래에 놓으라고, 

내일 아침에 직원들이 나가서 조치를 해보겠다고 답변을 합니다

전화기를 더 붙잡고 있어도 뾰족한 방법은 없고

물을 받을 통 두개를 혹시 쏟아질 위치에 놓고 지켜보았습니다

부디 내일 아침까지 천정의 벽지가 물을 담고 버텨주기를 빌며…

 

 

자리에 누웠지만 고요해지는 한밤중과 비례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들려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부엌 짐을 다 옮기고 깨부수고 수리라도 하면?

어떻게 먹고 지내며 혹시 나가서 지내야하면 어쩌나 등등

갑자기 분통이 터지고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여기는 가장 높은층이라 위에 세대가 없어 물이 샐 염려도 없다고

마음 놓았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도 그렇고 왜 하필 우리집인지

좀 따뜻한 계절에나 생기지 이 추운 겨울에 하필 고장인지 등등

안그래도 고단한 집 살림이며 아내 병으로 부족한 수면과 

요즘 부쩍 나빠지는 증상들이 보여 내 건강에 대한 불안감에

심사가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예민한 시기에 말입니다

 

‘이놈의 세상 힘들고 더러워서 못살겠다 ㅠ 

이참에 확 죽어버릴까? 

사는 즐거움도 없이 끝도 없는 지겨운 날들을 왜 살아?’

 

훅! 치고 들어오는 시커먼 나쁜 생각들 악한 감정들이 

마치 절벽에 선 사람을 밀어버리는 세찬 바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충분히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 절벽아래로 추락할 것만 같은

아찔한 위험으로 느껴졌습니다.

 

“괜찮아요! 내일 아침에 와서 수리해준다니 잠 좀 자요!”

 

내가 잠 못들고 뒤척이는 걸 눈치 챈 아내가 걱정스런 말로

나를 달래주고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습니다.

 

“그러겠지? 이만한 일로 죽거나 건물이 무너질리도 없겠지?”

 

내가 대답하면서도 너무 심하게 과장된 짜증이고 걱정을 한다고

생각이들어 어이가 없었습니다.

돌아보니 물 새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그 염려에 다른 게 많이

더 추가로 얹혀졌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내의 점점 약해지는 기력과 장차 예상되는 다가오는 결과들,

수시로 오락가락하는 온갖 비용들 조달과 살림의 고단함들

나빠지는 내 건강의 불안함들이 보태져 천정의 벽지들을

더 위태롭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이래서 간단한 건물 고장,  천정 물새는 것으로도 

사람은 죽을 수도 있겠구나…ㅠ

그런 공감이 무섭고 현실로 닥칠 리얼한 두려움이 실감났습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 말로 할 수 있는 것만 기준으로

그 행동을 이해하고 비난하겠지만 빙산의 큰 부분은 안보입니다

물 아래 더 큰 부분이 잠겨 있다는 것과 살얼음의 진실은 모르고

발걸음과 무게만을 탓하거나 전부로 보는 겁니다.

 

 

아침에 관리실 직원이 세 분이나 와서 옥상에 터진 배관을 발견하고

교체하고 천정 가득 고인 물을 빼주셨습니다.

그렇게 해결되고나니 걱정하던 만큼 큰 일이 아니고

고비를 넘기니 그저 일상의 한 에피소드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 고비의 순간을 못넘겼다면? 

영원히 잊지 못할 비극을 만들고 그 남은 상처로 힘들었을 겁니다.

여러 사람이… 

 

함부로 남의 행동에 비난하지 않아야겠다는 걸 알았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고, 

그들에게는 또 다른 고통들이 눈에 보이는 이상으로 

평소부터 꾸준히 쌓여가고 있다는 걸 체험처럼 겪어보았으니…